얼레빗 10

(얼레빗 제4746호) 황진이,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두었다네

誰斷崑山玉 그 누가 곤륜산의 옥을 잘라서 裁成織女梳 직녀의 얼레빗을 만들어주었던고 牽牛離別後 견우님 떠나신 뒤에 오지를 않아 愁擲壁空虛 수심이 깊어 푸른 하늘에 걸어 놓았네 ▲ 황진이는 임을 그리다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두었다.(그림 이무성 작가) 황진이가 지은 영반월(詠半月, 반달을 노래함)이란 한시입니다. 이제 완연한 가을입니다. 황진이는 하늘에 걸린 반달을 보고 직녀가 견우를 기다리다 지쳐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놓았다고 합니다. 얼마나 기다림이 사무치던지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 견우에게 손짓합니다. 그런가 하면 황진이, 신사임당과 더불어 조선 3대 여류 시인으로 꼽히는 강정일당(姜靜一堂)도 가을을 노래합니다. “어느덧 나무마다 가을빛인데(萬木迎秋氣) / 석양에 어지러운 매미 소리들(蟬聲亂夕陽) / 제철이..

천만 길의 큰 빗으로 탐관오리를 쓸어버려야 – 유몽인, 「영소」

천만 길의 큰 빗으로 탐관오리를 쓸어버려야 – 유몽인, 「영소」 얼레빗으로 빗고 나서 참빗으로 빗으니 木梳梳了竹梳梳 얽힌 머리털에서 이가 빠져나오네 亂髮初分蝨自除 어쩌면 천만 길의 큰 빗을 장만하여 安得大梳千萬尺 만백성의 이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까 一歸黔首蝨無餘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설화 문학가로 설화집 『어우야담(於于野談)』을 쓴 유몽인(柳夢寅)의 「詠梳(영소, 얼레빗으로 빗고 나서)」라는 한시입니다. 얼레빗은 빗살이 굵고 성긴 큰 빗으로 반달 모양으로 생겨서 ‘월소(月梳)’라고 하지요. 또 참빗은 빗살이 매우 촘촘한 빗으로 얼레빗으로 머리를 대강 정리한 뒤 보다 가지런히 정리하거나 비듬, 이 따위를 빼내기 위해 썼습니다. 이 시에서 재미난 것은 백성들을 괴롭히는 탐관오리를 이(蝨)에 비유하여 읊은 것..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 – 황진이, 「영반월」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 – 황진이, 「영반월」 그 누가 곤륜산의 옥을 잘라서 誰斷崑山玉 직녀의 얼레빗을 만들어 주었던고 裁成織女梳 견우님 떠나신 뒤에 오지를 않아 牽牛離別後 수심이 깊어 푸른 하늘에 걸어 놓았네 愁擲壁空虛 황진이가 지은 「영반월(詠半月, 반달을 노래함)」이라는 한시입니다. 하늘에 걸린 반달을 보고 직녀가 견우를 기다리다 지쳐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놓았다고 하네요. 황진이, 신사임당과 더불어 조선 3대 여류시인으로 꼽히는 강정일당(姜靜一堂)도 가을을 노래합니다. 어느덧 나무마다 가을빛인데 萬木迎秋氣 석양에 어지러운 매미 소리들 蟬聲亂夕陽 제철이 다하는 게 슬퍼서인가 沈吟感物性 쓸쓸한 숲속을 혼자 헤맸네 林下獨彷徨 이 한시는 강정일당의 「청추선(聽秋蟬, 가을 매미 소리)」입니다. 황진이는 임을 ..

(얼레빗 4694호) 밀양경찰서에 폭탄을 던진 최수봉 열사

1920년 7월 29일 동아ㆍ조선ㆍ매일 3개 신문은 일제히 호외를 내고 ‘밀양폭탄사건’이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 보도했습니다. 바로 이틀 전인 12월 27일 아침 9시 40분 무렵, 경남 밀양경찰서에 최수봉 열사가 폭탄을 던진 사건에 관한 기사입니다. 물론 이때 던진 두 발의 폭탄은 위력이 약하여 순사부장에게 타박상을 입혔을 뿐 큰 타격을 주지 못했지만, 이날 의거는 영남 일대의 항일 민심을 다시금 격동시켰고, 전투적 독립운동 진영을 고무시킨 것은 물론, 일제 경찰은 언제 또 그런 양상의 폭탄거사가 터질지 몰라 불안감에 떨게 한 큰 사건입니다. ▲ 최수봉 1심 재판 기사, (매일신보, 1921.1.20.) 최수봉 열사는 순사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경찰서를 빠져나가 내달리다가 길가 한 집에서 칼을 가져다가 ..

(얼레빗 4690) ‘떡 만들기’, 새롭게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문화재청은 지난 11월 1일 ‘떡 만들기’를 새롭게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습니다. 지정 대상은 떡을 만들고, 나누어 먹는 전통적 생활관습까지를 아우른 것입니다. 떡은 곡식가루를 시루에 안쳐 찌거나, 쪄서 치거나, 물에 삶거나, 혹은 기름에 지져서 굽거나, 빚어서 찌는 음식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일생의례(백일ㆍ돌ㆍ혼례ㆍ상장례ㆍ제례)를 비롯하여 주요 절기 및 명절(설날ㆍ정월대보름ㆍ단오ㆍ한가위ㆍ동지)에 다양한 떡을 만들고 나누어 먹었지요. ▲ 송편을 빚는 모습 또한, 떡은 한 해 마을의 안녕을 비는 마을신앙 의례, 상달고사 등 가정신앙 의례, 별신굿과 진오귀굿 등 각종 굿 의례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제물(祭物)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개업떡ㆍ이사떡 등을 만들어서 이웃 간에 나누는 문화가 지속해서 ..

(얼레빗 4689호) 오늘은 홑바지가 솜바지로 바뀌는 소설(小雪)

오늘(11월 22일)은 24절기 가운데 스물 째 절기로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입니다. 눈이 내려 추위가 시작되는 때여서 겨울 채비를 합니다. 그러나 한겨울이 아니어서 아직 따뜻한 햇볕이 비치므로 “소춘(小春)”이라고도 하지요. 이때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날씨가 추워지므로 사람들은 김장하기 위해 서두릅니다. 또 여러 가지 월동 준비를 하는데 무를 구덩이에 묻고,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나 호박을 썰어 말리기도 하며 목화를 따서 손을 보기도 하고, 겨우내 소가 먹을 볏짚을 모아두기도 하지요. ▲ 소설 무렵, 무청을 떼고 무를 구덩이에 묻는 월동준비도 한다.(사진 양인선 기자)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소설은 ‘손돌이 죽은 날’이라고 합니다. 고려시대에..

독립운동에 몸 바친 여성들의 생생한 역사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그간 스무 권에 이르는 책을 쓴 이윤옥 작가가 광복 76주년을 앞두고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를 펴냈다. 이윤옥 작가는 이 책의 집필 동기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은 남녀노소, 빈부귀천, 학식의 높고 낮음과는 무관하게 펼쳐졌다. 그러나 기존에 나온 ‘독립운동사 책’에는 같은 사건이라도 여성의 활약상이나 이름 등이 소홀하게 취급되었다. 책의 서술 또한 남성 위주, 학식이 있는 사람,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역사의 조명을 받지 못했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독립운동사 속으로 불러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 이윤옥, 도서출판 얼레빗 ▲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 이윤..

(얼레빗 4608호) 머리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게 ‘살쩍밀이’

“날마다 일찍 일어나 이부자리를 네 손으로 개어 깨끗한 곳에 두어라. 이어 비를 가지고 자리를 깨끗하게 쓸고 머리는 얼레빗으로 빗고, 빗을 빗통에 넣어 두어라. 이따금 거울을 보며 눈썹과 살쩍을 족집게로 뽑고 빗에 묻은 때를 씻어 깨끗하게 해라. 세수하고 양치하며 다시 이마와 살쩍을 빗질로 매만지고, 빗통을 정리하고 세수한 수건은 늘 제자리에 두어라.” 윗글은 안평대군, 한석봉, 김정희와 더불어 조선 4대 명필의 하나인 이광사(李匡師, 1705∼1777)가 유배지에서 딸에게 절절히 쓴 편지 일부입니다. 자신은 유배를 떠나고 아내는 목을 매 죽어 부모 없이 홀로 남은 딸에게 이광사는 사랑을 담아 편지로 가르침을 주었지요. 여기에 두 번이나 나오는 살쩍은 관자놀이와 귀 사이에 난 머리털을 말합니다. 그런데 ..

(얼레빗 4383호) 머리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게, "살쩍밀이"

“날마다 일찍 일어나 이부자리를 네 손으로 개어 깨끗한 곳에 두어라. 이어 비를 가지고 자리를 깨끗하게 쓸고 머리는 얼레빗으로 빗고, 빗을 빗통에 넣어 두어라. 이따금 거울을 보며 눈썹과 살쩍을 족집게로 뽑고 빗에 묻은 때를 씻어 깨끗하게 해라. 세수하고 양치하며 다시 이마와 살쩍을 빗질로 매만지고, 빗통을 정리하고 세수한 수건은 늘 제자리에 두어라.” ▲ 선비들이 망건 속에 살쩍을 밀어 넣는데 쓰는 ‘살쩍밀이’ 윗글은 조선 후기의 문인이자 서화가인 이광사(李匡師, 1705∼1777)가 유배지에서 딸에게 절절이 쓴 편지 일부입니다. 자신은 유배를 떠나고 아내는 유언을 남긴 채 목을 매 죽었기에 부모가 곁에 없는 딸에게 이광사는 사랑을 담아 편지로 가르침을 주었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정한 차림을 중시하..

(얼레빗 4116호) 단정한 몸가짐에 꼭 필요했던 얼레빗과 참빗

한국문화편지 4116호 (2019년 07월 08일 발행) 단정한 몸가짐에 꼭 필요했던 얼레빗과 참빗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16][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수단곤륜옥(誰斷崑崙玉) 누가 곤륜산 옥을 베어내어 재성직녀소(裁成織女梳) 직녀의 머리 빗 만들었나 견우일거후(牽牛一去後) 견우 한번 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