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솔 최현배 6

(얼레빗 제5019호) 스마트폰 대신 ‘슬기말틀’로 쓰면 어떨까?

조선시대에는 ‘날틀’이란 말이 있었습니다. 일본 역사서인 《왜사기》에도 전라도 김제의 정평구라는 사람이 비거 곧 날틀을 발명하여 진주성 전투에서 썼는데 왜군들이 큰 곤욕을 치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당시 날틀은 지금으로 말하면 무인기라고 생각되는데 포위된 진주성과 외부와의 연락을 담당한 이 ‘날틀’은 마치 해일처럼 밀려오는 10만의 왜적 앞에서 진주성 사람들에게 희망 그것이었을 것이라고 장편역사소설 《진주성전쟁기》를 쓴 박상하 작가는 말합니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뒤 으뜸 한글학자였던 외솔 최현배 선생은 비행기를 “날틀‘이라고 해서 국수주의라고 비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전 솜틀, 재봉틀처럼 기계를 ’틀‘이라 했고, 조선시대 이미 ’날틀‘이란 말이 쓰였음을 생각할 때 최현배 선생이 꼭 ..

(얼레빗 제4812호) 운동복에 굳이 한자를 쓰는 까닭은?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는 고등학교 야구 중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선수들이 입고 나온 운동복에는 학교 이름이 모두 한자로 쓰였습니다. 운동복에 학교 이름을 쓰는 것은 자기의 학교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알리려는 뜻일 텐데 굳이 한자로 쓰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한자를 모르는 사람은 자기 학교의 이름을 몰라도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 고등학교 야구 중계에 나온 선수들의 운동복에는 학교 이름이 한자로 쓰여 있다. ▲ 4293년(서기 1960년) 5월 21일 치 신문은 온통 한자투성이였다. 자료를 찾으려고 1960년 치 조선일보를 보니 온통 한자투성이였습니다. 신문 이름은 물론 1면 머리기사부터 정치, 사회면은 물론 광고면까지 우리나라 신문이라고 하지 못할 만큼 한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지요. 특히 ..

100년 전 우리말 풍경 - 조선 사람은 조선말을 얼마나 아는가?

“조선 사람은 조선말을 얼마나 아는가?” 이는 1932년 5월 1일에 발행된 조선어학회의 기관지 『한글』제1권 제2호에 실린 외솔 최현배의 글 제목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글에서 외솔은 조선 사람이 조선말을 제대로 모른다는 점을 지적하였는데, 모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하였다. 어느 나라의 사람이든 그 나라의 말을 다 아는 것이 아님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당시의 조선 청년들은 조선말은 다 아는 것처럼 생각하여 더 알려고 하지 않고 외국어 공부에만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 『한글』제1권 제2호(1932. 5. 1.) 목차 외솔은 그 단적인 예로 그해 봄에 최초로 치러진 연희전문학교* 문과 입학시험 조선어 과목의 채점 결과를 제시하였다. 지원자..

재원과 재사

우리말에는 여자의 속성이나 행동을 빗대는 말도 많지만, 여자의 재주나 능력을 가리키는 말도 더러 있다. 오래 전에 어느 매체에서 “박태환 선수는 우리나라 수영계를 이끌어갈 재원이다.”란 기사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이 ‘재원’이란 말을 남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재원(才媛)’은 재주 ‘재(才)’ 자에 ‘미인, 여자’를 일컫는 ‘원(媛)’ 자가 결합해 이루어진 말이다. 한자말 그대로 뜻풀이하면 ‘재주가 뛰어난 젊은 여자’를 일컫는다. 따라서 ‘재원’은 여자에게만 쓸 수 있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재녀(才女)’라는 말도 흔히 쓰고 있다. 그러면, 재주가 뛰어난 남자를 가리키는 말은 따로 없을까? 남자의 경우에는 ‘재사(才士)’라는 말을 쓸 수 있다. 재주 ‘재(才)’ 자에 남자를 뜻하는 선비 ‘사..

(얼레빗 4391호) 훈민정음을 한글이라 부르게 한 주시경 선생

“길고 긴 나의 학문의 바다 여정에서 직접 간접으로 나의 나아갈 길을 지도해 주신 스승이 적지 아니하였지마는, 그중에서 나에게 결정적 방향을 지시하였고, 따라 나의 추모의 정한을 가장 많이 자아내는 스승님은 조선 청년이 누구든지 다 잘 아는 근대 조선어학 최대의 공로자인 한힌샘 주시경 씨이다. (가운데 줄임) 오늘날 같으면 조선어 선생도 여기저기서 구할 수 있지마는 그 당시에는 주 선생 한 분뿐이었다.” 위는 잡지 《조광》 1936년 1월호에 실린 외솔 최현배 선생의 "조선어의 은인 주시경 선생"이란 글 일부분입니다. ▲ 주시경 선생(1876~1914)과 선생이 1914년 펴낸 《말의 소리》, 독립기념관 제공 평생 배달말(우리말)을 올곧게 사랑하고 실천하고 가르치신 한힌샘 주시경 선생(1876~1914)..

11월 4일 -조선어학회가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발표했습니다

우리 겨레는 세종 큰 임금이 만들어주신 세계 최고의 글자, 한글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처럼 자유자재로 한글을 쓸 수 있는 것은 한힘샘 주시경 선생과 일제강점기의 조선어학회 그리고 해방 뒤의 외솔 최현배 선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문제는 훈민정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