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3

(얼레빗 제4969호) 춘향전에서 이도령은 ‘개구멍서방’이었다

“내 마음대로 할진대는 육례를 행할 터이나, 그러덜 못 하고 개구녁서방으로 들고 보니 이 아니 원통하랴? 이얘 춘향아, 그러나 우리 둘이 이 술을 대례 술로 알고 묵자.” 이는 《열녀춘향수절가》 곧 《춘향전》에 나오는 대목으로 “이 도령이 춘향 어머니에게서 혼인 승낙을 받은 뒤 마음 같아서는 정식 혼례 절차를 갖추고 싶으나 그렇지 못하고 합방을 하니 안타깝다.”라는 말이지요. ▲ 개구녁서방으로 들고보니, 이 아니 원통하랴?(그림 이무성 작가) 여기서 ‘개구녁’은 ‘개구멍’의 사투리인데 ‘개구멍’은 울타리나 담장 밑으로 남몰래 드나들 수 있도록 허술하게 낸 구멍이나 통로를 뜻하기 때문에 ‘개구멍서방’이란 떳떳하게 예식을 치르지 않고 남몰래 드나들면서 여자를 만나는 짓, 또는 그런 서방을 뜻합니다. 그런데 ..

겨울 눈과 봄의 꽃은 모두 참이 아니다 – 한용운, 「견앵화유감」

겨울 눈과 봄의 꽃은 모두 참이 아니다 – 한용운, 「견앵화유감」 지난 겨울 꽃 같던 눈 昨冬雪如花 올 봄 눈 같은 꽃 今春花如雪 눈도 꽃도 참이 아닌 것을 雪花共非眞 어찌하여 마음은 미어지려 하는가 如何心欲裂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이 옥중에서 쓴 「견앵화유감(見櫻花有感, 벚꽃을 보고)」입니다. 그렇습니다. 겨울에는 눈이 꽃 같았고, 봄에는 꽃이 눈인 듯합니다. 눈도 꽃도 변하지 않는 진리는 아닙니다. 우리는 그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눈과 꽃에 마음을 빼앗기지요. 한용운 같은 위대한 선각자도 눈과 꽃을 보고 마음이 흔들리는데 중생이야 어쩌겠습니까? 일제강점기 소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는 “만해 한 사람 아는 것이 다른 사람 만 명을 아는 것보다 낫다”라고 했으며, 일제강점기 큰스님 만공선사는 ..

(얼레빗 4213호)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보적 장르, 《임꺽정》

1996년 11월부터 1997년 4월까지 SBS 드라마 <임꺽정>이 44부작으로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임꺽정>은 난세를 살다 간 의리의 도적이자 풍운아인 임꺽정의 한 많은 생애를 그린 벽초 홍명희(洪命憙)의 소설 《임꺽정》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였습니다. 당시 많은 시청자들은 임꺽정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