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눈과 봄의 꽃은 모두 참이 아니다 – 한용운, 「견앵화유감」
지난 겨울 꽃 같던 눈 昨冬雪如花
올 봄 눈 같은 꽃 今春花如雪
눈도 꽃도 참이 아닌 것을 雪花共非眞
어찌하여 마음은 미어지려 하는가 如何心欲裂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이 옥중에서 쓴 「견앵화유감(見櫻花有感, 벚꽃을 보고)」입니다. 그렇습니다. 겨울에는 눈이 꽃 같았고, 봄에는 꽃이 눈인 듯합니다. 눈도 꽃도 변하지 않는 진리는 아닙니다. 우리는 그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눈과 꽃에 마음을 빼앗기지요. 한용운 같은 위대한 선각자도 눈과 꽃을 보고 마음이 흔들리는데 중생이야 어쩌겠습니까?
일제강점기 소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는 “만해 한 사람 아는 것이 다른 사람 만 명을 아는 것보다 낫다”라고 했으며, 일제강점기 큰스님 만공선사는 “이 나라에 사람이 하나 반밖에 없는데 그 하나가 만해”라고 했다고 하지요. 한용운은 그토록 가까웠던 최린, 최남선, 이광수 등을 ‘친일파’라며 상종조차 하지 않았고, 감옥에서 일부 민족대표가 사형당할 것을 두려워하자 “목숨이 그토록 아까우냐?”라며 호통을 쳤습니다. 지금 만해 한용운 선생처럼 세상을 향해 크게 꾸짖을 어른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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