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말대사전 8

우리 토박이말의 속살 - 아름답다, 세겹의 껍질을 벗긴 뒤 나오는 알밤

‘아름답다’는 그림씨 낱말이다. 그것을 국어사전들이 어떻게 풀이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보자. 1) ① 사물이 보거나 듣기에 좋은 느낌을 가지게 할 만하다. ② 마음에 들게 갸륵하고 훌륭하다. 2) ① 사물, 현상의 상태나 모양이 조화를 이루어 마음에 만족한 느낌을 자아낼 만큼 이쁘고 곱다. ② 들리는 소리가 감정ㆍ정서에 맞게 조화를 이루어 마음에 만족한 느낌을 자아낼 만하다. ③ (사람들 사이의 관계 곧 언행, 소행, 덕행, 도덕, 동지애, 협조 정신 등이) 사람들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바르고 훌륭하다. 3) ①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 ②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한 데가 있다. 보다시피 1)《우리말큰사전》과 3)《표..

우리 토박이말의 속살 10 - ‘말씀’

《표준국어대사전》은 '말씀'에다 "남의 말을 높여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와 "자기의 말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를 함께 달아 놓았다. 그러면서 뒤쪽 풀이의 보기로 "말씀을 올리다."와 "말씀을 드리다."를 들었다. 《우리말큰사전》과 《조선말대사전》도 두 가지 풀이를 함께 달아 놓았지만, 뒤쪽 풀이를 《표준국어대사전》과는 달리 "상대방을 높이어 자기의 말을 이르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풀이의 보기는 역시 "말씀을 올리다."와 "말씀을 드리다."를 들어 놓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말씀'이란 '남의 말'일 적에는 높여 이르는 것이 되고, '자기 말'일 적에는 낮추어 이르는 것이 된다. 같은 '말씀'이라도 남이 쓰면 '높임말'이 되지만, 자기가 쓰면 '낮춤말'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

우리말은 서럽다 - 김수업

오늘날 우리의 말글살이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저자는 우리가 쓰는 말 중에 한자말, 일본말, 미국말이 상당히 많이 섞여 있다고 얘기하며, 이는 우리말을 업신여기며 살아온 세월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이야기한다. 말이라는 것은 그 말을 쓰는 민족의 인생과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그릇과도 같은데, 다른 나라의 말을 함부로 섞어 쓰면 그 겨레의 본질과 혼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쓰는 말을 잘 살펴보면 오히려 영어와 한자가 우리말보다 더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순수 한글 토박이말은 낮고 하찮은 말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우리 한글은 현재 아주 처량한 신세에 놓여 있다. 저자는 이러한 실태를 매우 안타깝게 여기며 이 책을 집필하였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처럼 심각한 문제를 ..

(얼레빗 4610호) 우리말에 억지로 한자를 꿰맞추는 사전들

지난 5월 27일 국립국악원은 매주 한 편, ‘국악인’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GugakIN 人’입니다. 한글은 전혀 없고, 알파벳과 한자를 섞어 이상한 글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제14조 제1호의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을 위반한 것입니다. 제나라 말과 글을 사랑하지 않고 외국어 쓰기는 즐기는 이러한 행태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행태는 국어사전들의 잘못된 이끎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말글연구회 회장을 지낸 고 정재도 선생은 “우리 사전들에는 우리말에다가 당치도 않은 한자를 붙여 놓은 것이 많다. 우리말이 없었다는 생각에서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데 우리는 한자 없이도 우리말을 쓰는 겨레다..

사전 두 배로 즐기기 - “표준국어대사전”, 아는 만큼 보여요!

“사전”이라고 하면 흔히 모르는 단어의 뜻을 알고 싶을 때 찾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고 쉽게 풀이해 주는 것은 사전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다. 그러나 사전에 ‘단어 뜻’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정보가 들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도 그러하다. “표준국어대사전”은 1999년 책자로 처음 발간되었는데, 당시 국어학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많은 논의 끝에 사전에 담을 정보를 결정하였고, 그러한 만큼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발간 당시의 국어학 논의의 결과물들이 많이 담겨 있다. 또한 국가에서 발간하는 사전인 만큼 언어생활의 지침이 되는 어문 규범과 관련한 사항도 담고자 하였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사전이 담고 있는 원어나 뜻풀이, 용례 등..

알골과 패뜩골

‘생골’ 하면 어렸을 적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남의 집 볏가리에 불을 질러 쌀가마니나 물어 주고, 쟁기 보습을 엿으로 바꿔 먹은 어린 필자에게 어머니는 “야, 이눔아! 너 땀시 {생골이} 다 아푸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셨다. 그때는 ‘생골’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생골’은 ‘아무런 이유 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생(生)-’과 ‘골’이 결합된 말로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아픈 머리’를 뜻한다. 물론 이때의 ‘골’은 한자어 ‘골(骨)’이 아니라 ‘뇌(腦)’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이러한 접두사 ‘생-’이 결합된 말로는 ‘생골치’, ‘생째증(생짜증)’ 등을 들 수 있다. ‘생골치’는 《조선말대사전(증보판)》(2006)에 실려 있는 말로 ‘생골’과 같은 말이며, ‘생째증’은..

땡돈과 짤락돈

김자림(1926~1994)은 1948년에 평양사범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평양서문여자중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월남한 극작가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 속에는 북에서 쓰던 말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위에서 보인 ‘땡돈’이 그러하다. 이 말은 주로 북한과 중국 지역에서 그 쓰임이 발견된다. ‘땡푼’은 우리 국어사전에는 실려 있지 않지만 남한 지역에서 주로 쓰이는 말인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고향인 전북 완주에서도 익숙하게 써 온 말이다. 짐작하겠지만 ‘땡돈, 땡푼’은 ‘아주 적은 돈’, 즉 ‘땡전’과 같은 말이다. 모두 ‘땡’이 쓰였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백치 아다다’라는 소설로 유명한 계용묵(1904~1961)은 평안북도 선천 출신의 작가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평안도 사투리가 많이 보인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