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어학회 33

(얼레빗 제5018호) 88년 전 조선어학회 《조선어표준말모음》 펴내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널리 알린 '한글맞춤법통일안'의 올바른 적용을 위한 표준어의 제정을 위해 조선어학회는 자주 쓰는 낱말 9,547개를 골랐고 1934년 온 나라 대표 40명으로 ‘조선어표준어사정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이를 통해서 조선어학회(지금의 한글학회)가 1936년 10월 28일 한글반포 490회 기림날에 표준어 낱말모음집 《조선어표준말모음》을 펴냈습니다. ▲ 《조선어표준말모음》, 1936, 조선어학회 당시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말은 곳에 따라 다르고 신분에 따라 달라서, 이러한 말 가운데서 어느 하나를 가리어 표준말로 제정하지 않고서는 모처럼 규정한 맞춤법을 따를 수 없었지요. 본보기를 들면, ‘줍다[拾]’라는 말이 ㄱ이라는 곳에서는 ‘줍다, 줍고, 주워’로 쓰고, ㄴ이라는 곳에서는 ‘줏다, 줏..

(얼레빗 제4932호) 최현배 선생, 《중등조선말본》 처음 펴내

1934년 오늘(4월 5일)은 최현배 선생이 동광당서점을 통해서 《중등조선말본》 초판을 펴냈습니다. 《중등조선말본》은 본래 선생이 조선어학회의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하여 낸 책입니다. 당시 한반도 안에서는 물론이고 만주와 나라 밖에서도 널리 사용된 문법 교과서지요. 최현배 선생 개인으로는 이후 1937년에 펴낸 기념비적 책인 《우리말본》을 준비하는 가운데 나온 교과서라고 합니다. 《중등조선말본》은 ‘첫재 매[第一篇] 소리갈[音聲學], 둘재 매 씨갈[品詞論], 셋재 매 월갈[文章論]’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또 문법(文法)이란 한자말 대신 말본, 명사 대신 이름씨, 대명사 대신 대이름씨, 동사 대신 움즉씨, 형용사 대신 어떻씨, 부사(副詞) 대신 어찌씨,..

백성을 위해 태어난 한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우리말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것을 가엾게 생각하여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모든 사람이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국립한글박물관 전시관 내부 한글학회가 쉽게 풀어쓴 훈민정음 머리글의 일부분이다. 과거에는 한자를 읽고 쓸 수 있는 계층은 상류층뿐이었다. 백성은 한자를 배우지 못해 부당한 일을 겪어도 표현할 수 없었다. 세종대왕이 이를 안타깝게 여겨 만든 글자가 바로 한글이다. 세종이 만든 한글은 본래 스물여덟 자였지만,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은 모두 스물네 자이다. 사라진 네 개의 글자는 ㆆ(여린 히읗), ㅿ(반시옷), ㆁ(옛이응), ㆍ(아래아)이다. 이 글자들은 잘 쓰이지 않다 보니 사라지게 되었..

[한글은 권리다] 잊을 만 하면 고개 드는 뿌리 깊은 한자 애용론

https://week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7078288 [한글은 권리다] 잊을 만 하면 고개 드는 뿌리 깊은 한자 애용론 - 주간한국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쓰기 쉬운 문자로 꼽히는 한글. 그러나 최근 몇 년 전까지도 법정에 설 수밖에 없는 \'수난의 역사\'를 거쳐왔다. 뿌리 깊은 한자 애용론에 가로막혀 공문서와 교과서에 weekly.hankooki.com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11, 망국 조선에서 한글을 구해내다

더욱 절실해진 한글보급 전번 이야기에서 지석영, 헐버트, 주시경이 지하에 묻혀있던 훈민정음을 살려내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당시는 매우 혼란한 시기였습니다. 1894년 1월 동학 난이 일어나고 이를 진압할 능력이 없던 조정은 청나라에 구원을 요청하여 6월에는 청군이, 7월에는 일본군이 우리나라로 진군하여 결국 우리 국토를 놓고 두 나라가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때 명성황후는 러시아 세력을 끌어들이려 하다가 일본 무관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동학 농민의 세력은 일본군을 당해내지 못하고 진압되었습니다. 1895년 일본이 청일전쟁에서 이겨 조선은 500년 동안 섬겨오던 청나라로부터 해방됨으로써 일본의 한국 지배가 유력해졌습니다. 이에 고종은 1896년 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러시..

우리말을 여행하다 - 의왕시 우리말 여행, 갈미한글공원과 국어학자 이희승

가을이 작별을 고하던 11월 마지막 주, 경기도 의왕시 갈미한글공원을 찾았다. 공원에 도착하니 입구부터 한글 자모를 본뜬 멋들어진 조형물이 맞아 준다. 바쁜 일상을 잠시 머릿속에서 몰아내고 여유롭게 한글공원을 거닐어 봤다. 산책하며 느끼는 한글의 소중함 갈미한글공원은 의왕시에서 태어난 일석(一石) 이희승 선생(1896~1989)의 업적을 기리고,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만들었다. 공원에는 ‘한글’을 주제로 한 여러 가지 조형물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있다. 부담 없이 둘러보기 좋게 트인 공원이다. 아늑해서 인근 주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로이기도 하다. 공원 주변으로 모락산 등산로, 백운호수 등이 있어 함께 둘러봐도 좋다. ▲ 조형물 갈미한글공원은 도로를 중심으로 좌우로 나눠져 있다. 도로 왼편에는 한글 조형..

언어를 쉽게, 올바르게, 재미있게. 한글문화연대

인간은 언어로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한다. 그런 의미에서 언어는 크고 작은 집단과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요소이다. 인간은 한 사회가 공유하는 공동의 언어를 학습하고 이해함으로써, 사회의 구성원으로 녹아들어 기능한다. 어느 날 말과 글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낯선 곳에 혼자 떨어진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읽을 수도, 알아들을 수도, 쓸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인간으로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공유하는 언어인 한국어, ‘국어’는 이러한 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어가 있기에 우리는 국가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타인과 소통, 협력하며 사회의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 600여 년 전 세종대왕이 중국어가 아닌 우리말과 잘 맞아떨어지는 글자를 고심하여 한글을 만들어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