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의 장편 소설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는 “왜 좀 더 멀리서 밞아가지고 무사히 뛰어 건너지를 못했을까.”라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의 ‘밞아’라는 단어를 많은 사람들이 ‘밟아’의 오자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위 구절에서의 ‘밞아’는 ‘밟아’를 표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기로 보기는 어렵다. ‘발을 들었다 놓으면서 어떤 대상 위에 대고 누르다.’ 혹은 ‘비유적으로 힘센 이가 힘 약한 이를 눌러 못살게 군다.’를 뜻하는 ‘밟다’는 위의 문장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문학 작품임을 고려하여 상징적으로 뜻을 이해해 보려 노력할 수도 있고, 앞뒤의 맥락을 미루어 파악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독자는 ‘밞아’를 이해하기 위해 그렇게까지 품을 들일 필요는 전혀 없다. ‘밞아’는 잘못 표기한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