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24절기를 시작하는 입춘(立春)으로 동양철학인 명리학으로는 새해가 시작하는 날입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동지가 되면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에 홍매화를 그리기 시작하여 9송이씩 9줄 모두 81송이를 다 그리고 나면 입춘이 오고 봄이 온다고 믿었습니다. “아홉 번째 아홉 날이 지나면 농사짓는 소가 밭을 갈기 시작한다네.”라고 노래한 것입니다. 세상이 꽁꽁 얼었어도 홍매화를 그리며, 희망을 품고 살다 보면 드디어 훈훈한 봄바람이 세상을 감싸는 봄이 오는 것이지요.

▲ 입춘 무렵 눈 속을 뚫고 피는 홍매화
“입춘날 절기 좋은 철에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救難功德) 하였는가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越川功德) 하였는가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活人功德) 하였는가”
상여 나갈 때 상여머리에서 부르던 상엿소리입니다. 우리 겨레는 봄이 시작되는 입춘날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을 했는지에 대해 죽은 뒤 염라대왕의 심판을 받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꼭 해야 한 해 동안 액(厄)을 면한다고 믿은 것입니다. 예를 들면 밤중에 몰래 냇물에 징검다리를 놓거나, 거친 길을 곱게 다듬거나, 다리 밑 거지 움막 앞에 밥 한 솥 지어 갖다 놓는 것들을 말합니다. 내일 입춘, 우리도 이렇게 이웃에게 베푸는 삶을 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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