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 3

(얼레빗 제4736호) 선비들의 즐거움, 평상에서 책 읽기

“좌탑은 네 모서리에 장식이 없고, 큰 자리를 얹어놓는다. 관사 안에 지나다니는 길 사이에 두고, 관리들이 쉴 때 썼다. 와탑은 3면으로 난간이 세워져 있으며, 비단 보료가 깔리고 큰 자리가 놓여 있다. 단지 임금과 높은 벼슬아치와 관련한 의식이 있거나, 중국 사신을 접대할 때만 사용한다.” 중국 송(宋)나라 관리로 고려 인종(仁宗) 원년(1123)에 사신으로 온 서긍(徐兢)이 쓴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는 이렇게 좌탑(坐榻)과 와탑(臥榻) 곧 평상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 , 국립민속박물관 평상(平床)은 솔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고 바둑을 둘 때 또는 낮잠을 잘 때 쓰는 것으로 대청이나 누(樓)마루에 놓여 있었지요. 기다란 각목(角木)이 일정 간격으로 벌어져 있어 통풍이 잘되므로 여름철에..

띠풀 집에 밝은 달 맑은 바람이 벗이어라 – 길재, 「한거」

띠풀 집에 밝은 달 맑은 바람이 벗이어라 – 길재, 「한거」 시냇가 띠풀 집에 한가히 지내노라니 臨溪茅屋獨閑居 달은 밝고 바람은 맑아 흥취가 가득하네 月白風淸興有餘 손님이 오지 않으니 산새가 찾아와 지저귀는데 外客不來山鳥語 대나무 밭에 평상을 옮겨놓고 누어서 책을 보네 移床竹塢臥看書 고려 말 충신인 야은(冶隱) 길재(吉再)의 한시 「한거(閒居, 한가히 지내다)」입니다. 그는 새 왕조인 조선에 벼슬하지 않고 금오산(金烏山)에 은둔하여 후학 양성에만 몰두했지요. 고려 조정에서 벼슬을 했던 그는 조선 왕조에서 부귀공명을 누리는 것이 욕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길재는 시냇가에 띠풀로 이은 집을 짓고 조용히 삽니다. 이 집에는 손님이 찾아오지 않지만 밝은 달과 맑은 바람이 벗이 되지요. 그뿐만 아니라 산새까지 ..

평상, 조선시대에는 즐거움 현대에는 권태

평상, 조선시대에는 즐거움 현대에는 권태 고가 도로 밑, 평상에 아저씨들 몇이 앉아 있다 삼화표구, 전주식당, 영진오토바이 주인들이다 (……) 무슨 얘기 끝에 대화가 뚝 끊겼는지, 평상에 앉은 네 사람의 방향이 제각각인 채 침묵의 무릎을 세우고 있다 저 장면을 사진 찍거나 그림 그려서 ‘권태’, ‘오후’ 같은 제목을 붙이면 제격일 텐데 아저씨들 저녁이 오면 슬슬 일어나서 고기를 굽거나 화투장을 만질 것이다 정병근 시인이 쓴 「평상(平床)」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평상은 나무 또는 대나무를 써서 그 위에 사람이 앉거나 누울 수 있도록 만든 네모난 대(臺)입니다. 평상의 길이와 너비는 대개 2:1의 비율이지요. 평상의 가에 난간이 있기도 하는데 물건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보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을 느끼게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