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서문 4

찰나의 우리말 - 공손성이 문법성을 이길 때

그날도 심각한 표정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모니터를 응시하며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쓰던 원고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고 쓰고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눈동자는 모니터에 꽂아 두고 손을 뻗어 전화기를 들었다. 학교 행정직원 선생님의 목소리다. 필자에게 전할 서류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그 직원 선생님은 필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교수님, 혹시 지금 연구실에 계실까요?” 이 질문에 필자는 당황했다. 이 질문에 어떤 답을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아서였다. 누가 연구실에 있느냐고 묻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필자에게 가져다줄 서류가 있다는 내용임을 파악한 후에는 전화에 집중을 하지 않았기에, 집중하지 않은 동안 필자가 맥락상의 주어를 놓쳤나 ..

문법 범주(1)

자, 이제 문법을 문장 단위로 확장하면서 만나게 될 여러 가지 용어에 대해 살펴볼 때가 되었다. 어떤 대상을 설명하는 데에는 크게 구조적 설명과 기능적 설명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가령 휴대폰에 대해 설명을 한다고 할 때, 휴대폰의 물리적 구성품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설명할 수도 있고,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설명할 수도 있다. 문장도 마찬가지이다. 문장 이하의 단위들이 물리적으로 어떤 구조로 결합되어 있는지를 살펴볼 수도 있고, 문장에 어떤 문법적 기능이 들어 있는지를 살펴볼 수도 있다. 휴대폰의 기능을 잘 아는 것이 휴대폰의 구조를 잘 아는 것보다 더 유용한 것처럼 문장의 경우도 보통 구조보다는 기능을 아는 것이 더 유용하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문장을 기능 면에서 살펴볼 때 사용되는 문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