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낭’은 사람에게로 와서 사람과 더불어 지내면서 사람이 도움을 청하면 슬프고 괴로운 삶을 어루만져 기쁘고 즐거운 삶으로 바꾸어 주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다. 아직도 온 나라 곳곳에 지난날 삶의 자취가 남은 마을에는 서낭의 자취도 온전히 사라지지는 않고 조금씩 남아 있다. 우리 고향에도 여태 ‘당산’이 있는데, 거기에는 새마을 운동이 일어나 베어 버릴 때까지 아름드리 ‘당나무’가 한 해 내내 왼새끼를 발목에 두르고 서 있었고, 당나무가 서 있는 동산 위에는 일제가 마지막 발악을 하며 헐어서 불태우던 날까지 ‘당집’이 있었다. ‘당집’은 서낭이 와서 머무는 집이라 ‘서낭당’이 본디 제 이름이고, ‘당나무’는 서낭이 하늘과 땅으로 오르내리도록 사다리 노릇을 하는 거룩한 나무이며, ‘당산’은 서낭당과 당나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