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한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 박영규

튼씩이 2018. 8. 13. 18:41



한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의 마지막 권으로 일제강점기 시절을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일제강점기 이전인 국권 수탈기(1875~1910년)부터 시작해 1910년대, 1920년대, 1930년대, 1940년대로 나누어 국내 주요 상황과 사건, 세계의 주요사건, 역대 통감과 총독,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에 대해 기록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책을 읽는 내내 자꾸 생각났다. 저자도 우리가 일제강점 시대에 대한 외상 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때의 역사를 잘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대로 알고 대처 방법을 교육해 주는 것이 필수이며, 그런 차원에서 그 시대를 지배했던 총독과 일본인, 친일 관료와 친일 세력, 그리고 그들의 정책과 그 정책이 한국인에게 끼친 영향, 그 시대의 새로운 문화와 문물, 그 시대를 대표하는 사건과 인물, 억척같이 살아낸 민초들의 삶, 세계사의 흐름과 그 흐름이 한국인에게 끼친 영향 등을 골고루 섞어 하나로 엮었다고 한다.


우리의 힘으로 나라를 찾지 못하고 다른 나라의 힘에 의지해 나라를 되찾은 까닭에 제대로 된 친일청산을 못하고 그 영향이 지금까지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친일파 후손은 반성없이 떵떵거리며 살고, 재산을 되찾겠다고 소송을 거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독립운동에 전 재산과 목숨을 바친 그 후손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일본이 패망에 몰려 마지막 발악을 하던 1940년대 이후 시행 되었던 정책들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기만 하다. 그 중에서도 한국어 말살 정책으로 우리말을 못 쓰게 한 것은 한 나라의 정신을 통째로 빼앗아 가고자 했던 세계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치졸한 행동이라 생각한다. 일제강점기가 조금만 더 오래 지속되어 우리말은 사라지고 지금 우리가 일본어를 모국어로 사용했을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에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친다.


지구 역사상 망하지 않은 나라는 없었다. 또한 지배당하지 않은 나라도 없었다. 멀리서 찾아볼 것도 없이 지금의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중국만 하더라도 한국보다 더 긴 식민의 역사가 있었고, 지구상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졌던 대원제국과 로마제국도 몰락했다. 생명체가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듯이 국가도 그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무도 고목이 되면 쓰러져 죽고, 그 죽은 고목을 자양분 삼아 새로운 새싹들이 자라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일제강점 35년은 조선왕조라는 고목이 썩어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싹을 틔우기 위해 자양분을 축적하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고목이 넘어졌는데 죽지 않고 어설프게 살아 있으면, 그 고목은 새로운 싹을 틔우는 데 방해만 될 뿐이다. 죽은 땐 확실히 죽어야 제대로 썩어서 새싹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일제강점 35년은 바로 조선왕조라는 고목이 죽어 확실히 썩어 대한민국이라는 새싹을 틔워내는 자양분을 만드는 세월이었던 것이다.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