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오리진(2권) - 댄 브라운

튼씩이 2018. 8. 31. 10:15




댄 브라운은 집요하고도 치열하게 종교를 추적해왔다. 바티칸을 둘러싼 과학과 종교 간의 대립을 그린 『천사와 악마』, 다빈치 작품에 숨겨진 기독교 비밀을 파헤친 『다빈치 코드』, 세계 최대 비밀단체인 프리메이슨의 ‘잃어버린 상징’을 찾아 나선 『로스트 심벌』, 인류 미래를 걸고 단테의 [신곡]에 숨겨진 퍼즐 같은 암호를 풀어내는 『인페르노』가 그러했다. 『오리진』 역시 종교와 맞닿아 있다. 아니 근본적으로 종교를 뛰어넘어 ‘신’에 맞선다. 신과 과학의 정면 승부인 셈이다. 댄 브라운이 자신의 소설은 “종교적인 토론과 고찰을 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이야기”일 뿐이며 “반기독교적인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듯, 『오리진』 역시 믿음에 대해서 탐험하고 자아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촉매제가 될 소설이다. ‘로버트 랭던 시리즈’의 다섯 번째 소설인 『오리진』은 종교적 도그마에 갇힌 인류의 시작과 끝, 존재의 기원과 운명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댄 브라운은 이 오랜 숙제에 과감히 도전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 조밀하게 이야기를 엮어 나갔다. 과연 작품 면면에는 『오리진』을 구상하기 위해 5년간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지 않고 사전 자료 조사를 감행한 작가의 노고가 여실히 드러난다. 찰스 다윈, 스티븐 호킹, 제러미 잉글랜드 등 실존하는 저명한 과학자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과학사를 통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시의 열정적인 발표 장면은 치열하게 공부하고 연구하여 소설을 해산해낸 작가 댄 브라운의 집념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실재하는 종교 단체, 과학적 사실, 예술 작품, 건축물을 토대로 인류 최대의 물음에 답해가는 이 소설은 로버트 랭던을 비롯해 개성 있고 생동감 넘치는 다양한 인물들이 긴박감 있게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특별히 이번 소설은 댄 브라운 작품 중 ‘모던 아트’ 곧 현대 미술을 등장시킨 최초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소설 도입부의 배경으로 구겐하임 미술관이 등장하고, 미술관 속의 예술 작품으로 [마망], [안개 조각], [다비드] 등이 소개된다. 뿐만 아니라 호안 미로부터 스페인의 전설 가우디의 최고 걸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이르기까지 예술 장르와 시공을 초월하여 폭넓게 미의 향연이 펼쳐진다. ‘코드’와 ‘상징’을 따라 답을 찾아가는 댄 브라운 특유의 작법이 선명히 드러나는 소설 『오리진』. 이번에는 마흔일곱 글자의 암호를 찾아야 한다. 지금껏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세계 종교의 근간을 뒤흔들 진실이 그 암호 속에 있다. 과연, 로버트 랭던은 그 암호를 찾아낼 수 있을까?

낡은 산악 열차를 타고 스페인 카탈루냐의 유서 깊은 수도원을 향하는 에드먼드 커시. 그는 하버드 대학 교수 로버트 랭던의 첫 제자이자 천재 컴퓨터 과학자다. 전 세계적으로 놀라운 예측을 거듭 발표해 ‘예언자’로 추앙받으며 일약 억만장자가 된 그는 “거의 모든 기성 종교의 교의와 정면으로 충돌”할 엄청난 발표를 앞두고 카탈루냐 수도원의 몬세라트 도서관에서 저명한 종교 지도자 세 사람을 만난다. 그 자리에 함께했던 두 종교 지도자가 차례로 의문의 죽음을 맞는 가운데,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에드먼드 커시의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된다. 행사에 초대된 로버트 랭던은 커시가 프레젠테이션 도중 흉탄에 맞아 살해되자 코페르니쿠스 혁명에 버금가는 커시의 발견을 어떻게든 알리기로 결심한다. 로버트 랭던은 구겐하임 박물관의 관장 암브라 비달과 함께 박물관을 벗어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사밀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몬주익 언덕 등 세계적인 명소를 거쳐 커시의 비밀과 그가 발견한 내용을 낱낱이 밝혀간다. 가톨릭교회의 분열, 왕궁에서 흘러나온 듯한 음모, 왕실 근위대의 추격……. 그러는 동안 전 세계의 이목이 ‘컨스피러시넷’ 온라인 속보에 집중된다.
소설에는 스마트폰, 무인 자동차, 슈퍼컴퓨터 등이 비밀을 추적하는 주요한 도구로 등장해 이야기의 박진감을 더해준다. 에드먼드 커시가 창조한 ‘인공지능’ 윈스턴은 암브라 비달과 함께 훌륭한 조력자로서 랭던을 뒤에서 든든히 지원한다. 윈스턴은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가 창조한 ‘시리(Siri)’를 떠올리게 한다. 신과 인간 사이, 과학의 결과물로 탄생한 인공지능 윈스턴은 커시의 도전장을 대변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랭던은 돌연한 죽음을 맞은 제자 에드먼드 커시를 애도하면서도,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품은 채 커시의 발견을 온 세상에 알리고자 위험을 무릅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시의 발표는 단박에 공개되지 않는다. 얽히고설킨 일련의 사건들이 풀어지기까지 진실은 내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성미 급한 독자라면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싶어질지도 모른다. 한시라도 빨리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에 책장을 건너뛰어 결말을 읽으려는 충동이 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소설 곳곳에 놓인 징검다리를 찬찬히 건너지 않으면 자칫 핵심을 놓칠지도 모른다. 이 소설을 추동하는 근간이자 신을 향한 대담한 도전장이기도 한 에드먼드 커시의 발견은 과연 무엇일까? 이제, 아찔한 충격과 함께 짜릿한 지적 쾌감을 만끽하라.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더 이상 이전과 동일한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없을 것이다.  - YES24 출판사 리뷰 -


댄 브라운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소설 속 실제 장소들을 가보고 싶었었다. 주인공이 이동하는 장소를 내가 실제로 가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소설의 배경이 된 스페인은 6월 갔다 온 곳이라, 물론 빌바오는 안 갔지만, 왠지 모르게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겉 모습만 봤거나 그냥 스쳐 지나간 곳들이었지만 마드리드 왕궁, 성가족 성당, 몬주익 언덕, 카사밀라 등 이름만 들어도 왠지 다 알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책 속으로 훨씬 쉽게 빠져들게 했다.


성당의 본체는 세 개의 거대한 파사드로 둘러싸여 있다. 동쪽에는 화려한 색치를 자랑하는 탄생의 파사드, 중간중간 다채로운 색상의 식물과 동물, 과일과 사람 등이 돋아난 공중 정원처럼 하늘로 올라간다. 서쪽에 자리한 수난의 파사드는 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데, 힘줄이나 뼈를 연상케 하는 거친 돌들이 뼈대를 이룬다. 남쪽에는 악마와 우상, 죄악 등이 혼란스럽게 뒤엉켜 올라가다가 그 위에 좀 더 고상한 승천과 미덕, 천국 등의 상징에게 자리를 내주는 영광의 파사드가 자리하고 있다. - 2, 91 ~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