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35 - 샅

튼씩이 2019. 5. 9. 08:34

"오금아 나 살려라." 달아날 때 다리가 더 빨리 놀려지기를 바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오금은 무릎의 구부러지는 안쪽, 즉 뒷무릎인데, 다리의 많은 다른 부분을 제쳐 두고 오금에게 살려 달라고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운이 꺽여 눌려 꼼짝 못하는 상황을 "오금을 못 쓴다"거나 "오금을 못 편다" "오금이 굳는다"고 하는 것을 보면, 오금을 펴서 제대로 쓰는 것이 달리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오금 양쪽의 오목한 곳은 자개미라고 한다.


무릎을 중심으로 다리를 볼 때, 무릎의 바로 아래쪽은 무릎도리, 무릎과 발목 사이의 부분, 다시 말해 아랫다리에서 앞쪽의 뼈가 있는 부분은 정강이, 뒤쪽은 종아리이고, 종아리에서도 살이 두두룩한 부분, 즉 종아리를 맞을 때 매가 떨어지는 부분은 장딴지라고 한다.


무릎의 바로 윗부분은 넓적다리, 넓적다리의 위쪽은 허벅다리이고, 넓적다리의 안쪽은 다리샅, 허벅다리의 안쪽, 말을 탈 때 안장에 닿는 부분은 허벅지라고 한다. 두 허벅다리가 갈라지는 사이는 사타구니나 샅이라고 하는데, 씨름할 때 손잡이로 쓰는 샅바는 샅에 끼우는 바라고 해서 샅바인 것이다. 샅과 비슷한 말로는 삭승이나 샅추리 따위가 있다.


다목다리는 추위로 살갗이 검붉게 된 다리, 전다리는 절름절름 저는 다리, 뻗정다리는 구부렸다 폈다 하지 못하고 늘 뻗치기만 하는 다리, 봉충다리는 한쪽이 짧은 다리를 말한다. 봉충다리로 걷는 걸음은 봉충걸음, 뻗정다리로 걷는 걸음은 뻗정걸음인데, 이 밖에도 걸음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참 많다. 바빠서 진둥한둥 걷는 진둥걸음, 발을 통통 걸으며 빨리 걷는 통통걸음, 긴 다리로 성킁성큼 걷는 황새걸음, 아기작거리며 걷는 씨암탉걸음, 느릿느릿 꾸준히 걷는 황소걸음, 몹시 느리게 걷는 장승걸음, 나아가고 있는지 서 있는지를 알 수 없을 만큼 천천히 걷는 달팽이걸음, 옆으로 걷는 게걸음이 있는가 하면 뒤로 걷는 가재걸음도 있는 것이다.



샅 (명) ① 두 다리의 사이.    ② 두 물건의 틈


쓰임의 예 - 샅 밑은 익을 대로 익은 홍시 감이 됐는지 얼얼하기만 할 뿐 별로 뜨거운 것을 모르겠다. (유현종의 소설 <들불>에서)


              - 샅에서 요령 소리가 나고 궁둥짝에서 비파 소리가 나게끔 달려오는 동안에…. (윤홍길의 소설 <완장>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다목다리 - 추위로 살갗이 검붉게 된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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