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36 - 꽁무니

튼씩이 2019. 5. 10. 08:41

궁둥이와 엉덩이, 그리고 볼기의 관계를 보자. 궁둥이는 엉덩이의 아랫부분, 앉으면 바닥에 닿는 부분이다. 엉덩이는 볼기의 윗부분이고, 볼기는 뒤쪽 허리의 아래, 허벅다리의 위 좌우로 살이 두두룩한 부분을 말한다. 이렇게 볼 때, 볼기는 엉덩이와 궁둥이를 합한 전체를 이르는 말이 된다. 그런데 어떤 사전에는 궁둥이의 살이 두둑한 부분은 볼기, 엉덩이의 살이 두둑한 부분은 엉덩판이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볼기는 궁둥이의 부분이고, 엉덩이와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된다. 그렇다면 볼기와 엉덩판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언제 그곳에 두둑한 부분이 두 군데나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또 아랫부분이나 윗부분이라는 표현도 거기에 속하는 일부로서의 부분인지, 아니면 위나 아래에 있는 별개의 부분인지가 분명하지가 않다. 볼기가 궁둥이에, 또는 궁둥이가 엉덩이에, 아니면 엉덩이와 궁둥이가 볼기에 함께 포함되는 것인지, 시험에도 안 나올 것을 가지고 나는 또 왜 이렇게 머리악을 쓰고 있는 것인지. 살다 보면 가끔 이렇게 엉뚱한 길로 빠질 때가 있는 것이다.


길짐승의 엉덩이는 방둥이라고 한다. 날짐승의 엉덩이는 뭐라고 하는지 알 길이 없다. 엉덩이가 있기는 있는지, 있기는 있을 텐데, 아니 없는 것도 같고, 이 역시 알 길이 없다. 젖먹이의 엉덩이 좌우로 오목하게 쏙 들어간 자리는 자라눈이라고 하며, 궁할 궁(窮), 막을 방(防), 응할 응(應) 자를 써서 각각 과부, 처녀, 아줌마의 엉덩이나 궁둥이를 말하는 것이라고 실없는 사람들이 떠드는 궁뎅이, 방뎅이, 응뎅이는 모두 사투리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엉덩이, 궁둥이, 볼기 가운데 가죽이 가장 두꺼운 것은 엉덩이 쪽인 듯하다. 왜냐하면 밤송이를 까라면 깠지, 할 때 밤송이를 까는 것은, 아니 까야 하는 것은 언제나 엉덩이니까. 그러고 보니 꽁무니라는 말도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꽁무니처럼 '꽁'자가 붙은 낱말들은 대개 끝부분을 뜻함을 알 수 있다. 새 꽁무니에 붙은 깃을 가리키는 꽁지가 그렇고, 짤막하게 남은 동강이나 끄트머리를 뜻하는 꽁다리, 피우다 남은 담뱃개비를 뜻하는 꽁초가 또 그렇다.



꽁무니 (명) ① 짐승이나 새의 등마루뼈의 끝이 되는 부분.       ② 엉덩이를 중심으로 한, 몸의  뒷부분.


                 ③ 사물의 맨 뒤나 맨 끝.


쓰임의 예 - 꽁무니로 돌아갔던 손은 바지 허리춤 안에 감추어 두었던 육혈포의 자루를 힘 있게 쥐었다. (김동인의 소설 <젊은 그들>에서)


              - 그는 물가로 가서 두 손을 짚고 꽁무니를 하늘로 치켜들었다. (유주현의 소설 <대한제국>에서)


              - 택시의 꽁무니가 뛰는 바람에 그녀는 여러 번 머리를 다칠 뻔하였다. (황순원의 소설 <카인의 후예>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자라눈 - 젖먹이의 엉덩이 좌우로 오목하게 쏙 들어간 자리.

 

                   

'지난 게시판 > 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카테고리의 다른 글

038 - 가시눈  (0) 2019.05.12
037 - 낮거리  (0) 2019.05.11
035 - 샅  (0) 2019.05.09
034 - 가랑이  (0) 2019.05.08
033 - 몸피  (0) 2019.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