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응시

튼씩이 2019. 7. 10. 08:24

임종을 앞둔 이들은

왜 한 곳을

한 사람을

그리 오래 응시하는 것일까


오래도록 한 곳을 바라보는 그 순간

일생이 지나간다고 한다

순식간에 사랑의 심판을 받는다고도 한다


내가 마지막 간병을 갔던 자리에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어느 수녀님의 눈길이

오랜 세월 지나도

잊혀지질 않네

이미 입을 닫은 상태에서

그는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살다가 어느 순간

내 마음 시끄러워질 때면

문득 떠오르는

임종 직전의

그 고요한 바라봄

두렵기도 했던

고별의 눈인사에

숙연해지는 나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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