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144 – 모꼬지

튼씩이 2019. 9. 10. 08:21

모꼬지나 동아리, 새내기 같은 말들은 지은이가 대학에 다니던 20여 년 전에는 거의 쓰이지 않았던 말들이다. 그러나 20여 년의 세월 동안 사람들이 자꾸 쓰다 보니 이제는 엠티, 서클, 신입생 같은 말들을 밀어내고 ‘동급최강(同級最强)’이 된 것이다. 잊혀져 사전 속에나 남아 있는 토박이말들을 찾아 소개하는 일을 계속하면서, 이런 일이 과연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이고, 의미 있는 일일까 싶다가도, 모꼬지 같은 말들을 생각하면 다시 힘을 얻게 된다. 황소걸음일지라도 꾸준히 걷다 보면 언젠가는 ‘그곳’에 이르게 될 것이다.


동아리는 ‘같은 뜻을 가지고 모여서 한패를 이룬 무리’인데, 비슷한 뜻의 한자말로는 필우(匹偶), 당배(黨輩) 같은 것들이 있다. 지은이의 워스트셀러 『경마장에 없는 말들』은 동아리를 “‘동앓이’가 변한 말, 같은 시대를, 같은 고민을, 같은 사랑을 함께 앓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풀이하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이 쓰는(정직하게 말하자면 ‘쓴다는’이라고 하는 게 옳다) 말을 더 살펴보자. 뒤풀이는 ‘애프터’, 댓거리는 토론 또는 세미나를 대신한 말이다. 댓거리는 인터넷상의 토론 장치라고 할 만한 댓글을 연상하게 한다. 댓거리와 비슷한 대거리는 ‘상대편에게 언짢은 기분이나 태도로 맞서서 대듦.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을 뜻하는 말이다. 결승전은 으뜸가림, 준결승전은 버금가림, 발대식은 해오름잔치라고 한다.


준말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점도 돋보인다. 새터는 ‘새내기 배움터’를 줄인 말로, 오리엔테이션 대신 쓰이는 말이다. 회원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모람은 ‘모인(會) 사람(員)’을 줄인 것이다. 따라서 신입회원은 새모람이라고 한다. 한자말 모람(冒濫)은 글자 그대로 ‘외람됨을 무릅씀’인데, ‘윗사람에게 버릇없이 함부로 행동함’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새모람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새모람의 의무이자 특권은 모람(冒濫)이다.”



모꼬지 (명) 놀이나 잔치 또는 그 밖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


쓰임의 예 – 혼인날에도 다른 제자보다 오히려 더 일찍이 와서 모든 일을 총찰하였고 모꼬지 자리에서도 가장 기쁜 듯이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즐기었다. (현진건의 소설 『무영탑』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대거리 – 상대편에게 언짢은 기분이나 태도로 맞서서 대듦.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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