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서 나오는 뜨거운 기운을 불기운이나 불김이라고 한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은 살아 있는 불이라는 뜻에서 산불, 꽃처럼 아름답다는 뜻에서 꽃불이라고 한다. 활짝 피어 이글이글 타는 숯불이나 장작불은 잉걸불인데, 한참 타오르는 숯덩이는 불잉걸이나 불등걸이라고 한다. 알불은 재에 묻히거나 화로에 담기지 않은 불등걸을 가리킨다. 타는 불에서 튀어 흩어지는 작은 불덩이를 불똥이나 불찌, 불티라고 하고, 불똥이 튀어 새로 번지는 불을 후림불이라고 하는데, 후림불은 남의 일에 까닭 없이 휩쓸려 걸려드는 일을 뜻하기도 한다. 한자말로는 비화(飛火)다. 불땀머리는 나무에서 불땀이 좋은 부분, 즉 나무가 자랄 때 남쪽으로 면했던 ,나이테 사이가 넓은 부분을 가리킨다. 잿불은 재 속에 남아 있는 아주 여린 불, 깜박불은 꺼질 듯이 깜박거리는 불, 깜부기불은 불꽃이 없이 거의 꺼져 들어가는 불이다. 모닥불은 검불이나 잎나무를 모아 태우는 불인데, 요즘의 캠프파이어처럼 장작을 쌓아 놓고 휘발유를 끼얹어 태우는 불은 모닥불이라기보다 우등불이나 화톳불에 가깝다. 우등불, 화톳불은 주로 추위를 막기 위해 한데다 장작을 모아 피우는 불로 불무지라고도 한다. 나그네나 사냥꾼이 한데서 잠을 잘 때 추위도 막고 짐승도 쫓을 목적으로 피우는 화톳불은 황덕불이라고 한다. 불쏘시개로 쓰려고 짚이나 잎나무를 작게 묶은 뭉치에 불씨를 옮겨 당긴 불은 불꾸러미라고 하고, 모닥불이나 화톳불 같은 데서 튀며 날아오르고 쏟아져 내리는 불꽃을 불보라나 불소나기라고 한다.
불의 가짓수가 워낙 많다 보니 불 가운데는 엉뚱한 불들도 있다. 천불과 소줏불이 그런 것들인데, 천불은 저절로 일어나는 불로, 몹시 화가 나거나 부아가 치밀어 오를 때 “천불이 난다”고 한다. 소줏불은 소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코나 입에서 나오는 독한 알코올 기운을 말한다. 천불이나 소줏불은 끌 방법이 없는 대책 없는 불들이기 때문에 119에 전화해도 소용없다.
불땀 (명) 화력이 세고 약한 정도.
쓰임의 예 – 그녀는 불땀이 좋은 바싹 마른 삭정이만을 골라 불을 지폈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후림불 – 불똥이 튀어 새로 번지는 불. 또는 남의 일에 까닭 없이 휩쓸려 걸려드는 일. =비화(飛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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