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표준어규정 해설

제3장 어휘 선택의 변화에 따른 표준어 규정 제5절 복수 표준어 제26항 (1)

튼씩이 2019. 10. 5. 10:45






제18항과 같은 취지로 복수 표준어를 규정한 것이다. 복수 표준어는 국어를 풍부하게 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표준어가 인위적으로 부자연스럽게 결정되는 산물이라는 생각을 불식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복수 표준어는 어감의 차이나 의미 혹은 용법에 미세한 차이가 있어 대치하였을 때 어색한 경우도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둘 이상의 어휘를 서로 바꾸어 쓸 수 있다. 이처럼 복수 표준어를 인정하는 것은 언어 현실을 반영하여 국민이 좀 더 편하게 언어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에도 추가 사정을 거쳐 복수 표준어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① ‘가뭄/가물’ 중에서는 ‘가뭄’이 점점 더 큰 세력을 얻어 가고 있으나, “가물에 콩나듯”이라는 속담에서 보듯 ‘가물’도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아 복수 표준어로 처리하였다. 이에 따라 ‘가뭄철/가물철’, ‘왕가뭄/왕가물’ 등도 모두 복수 표준어이다.


  ② ‘가엾다/가엽다’는 “아이, 가엾어라.”와 “아이, 가여워.”와 같은 문장에서 보듯이 두 가지 활용형이 다 쓰이므로 복수 표준어로 삼은 것이다. ‘서럽다/섧다’나 ‘여쭙다/여쭈다’가 복수 표준어로 인정된 것이 다 같은 이유에서이다. ‘서럽게 운다’와 ‘섧게 운다’, ‘여쭈워라’와 ‘여쭈어라(여쭤라)’가 다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활용형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가엾다’는 ‘가엾어, 가엾으니’와 같이 활용하고 ‘가엽다’는 ‘가여워, 가여우니’와 같이 활용한다. 그리고 ‘서럽다’는 ‘서러워, 서러우니’와 같이 활용하고 ‘섧다’는 ‘설워, 설우니’와 같이 활용한다. ‘여쭙다’는 ‘여쭈워, 여쭈우니’와 같이 활용하고, ‘여쭈다’는 ‘여쭈어(여쭤), 여쭈니’와 같이 활용한다.


  ③ 종래에는 ‘-거리다’만 표준어로 인정하였던 것을 현실 언어에 따라 ‘-거리다/-대다’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이들은 현실 언어에서 그러한 어형이 나타날 때로 한정된다. 가령 ‘나대다’는 ‘나거리다’가 되지 않는데, 이는 ‘나거리다’라는 말이 아예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④ ‘늦모/마냥모’의 ‘마냥모’는 종래 ‘만이앙모(晩移秧-)’에서 온 말이라 하여 ‘만양모’로 적었던 것이나 현대에는 어원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므로 원형을 살리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도록 하였다.


  ⑤ ‘되우/된통/되게’의 ‘되우’는 이제 그 쓰임이 활발치 못한 형편이기는 하나 고어로 처리하기에는 이르다 하여 복수 표준어의 하나로 인정한 것이다.


  ⑥ ‘땔감/땔거리’는 불을 때는 데 필요한 재료를 말하는데, 이와 비슷한 예로 ‘바느질감/바느질거리’, ‘반찬감/반찬거리’, ‘양념감/양념거리’, ‘일감/일거리’가 더 있다. 그러나 모든 ‘거리’와 ‘감’이 대치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거리’는 ‘국감’이라고 하지 않고 ‘장난감’은 ‘장난거리’라고 하지 않는다.


  ⑦ ‘-뜨리다/-트리다’는 ‘-거리다/-대다’와 마찬가지로 둘 다 널리 쓰이므로 복수 표준어로 처리하였다. 이들 사이에 어감의 차이가 있는 듯도 하나 그리 뚜렷하지 않다.


  ⑧ ‘만큼’과 ‘만치’는 복수 표준어이고 의존 명사와 조사 양쪽으로 쓰이는 점도 같다. 따라서 ‘노력한 만큼/만치 보상을 받다’, ‘노력만큼/만치 보상을 받다’와 같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