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서만 보자면 ‘꿀꿀하다’는 ‘돼지가 꿀꿀 소리를 내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꿀꿀하다’는 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예를 들어 “오늘 날씨가 꿀꿀하네.” “날씨가 흐리니 왠지 기분이 꿀꿀하다”처럼 쓰인다. 대체로 기분이 별로다, 안 좋다, 우울하다는 뜻인 것 같다. 같은 뜻으로 ‘꾸리꾸리하다’라는 말도 쓰이고 있다. ‘꿀꿀하다’나 ‘꾸리꾸리하다’는 말이 ‘구리다’에서 비롯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구리다’는 ‘똥이나 방귀 냄새와 같다’, ‘하는 짓이 더럽고 지저분하다’, ‘행동이 떳떳하지 못하고 의심스럽다’ 같은 뜻을 가진 말이어서 기분이 안 좋다는 뜻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조금 축축하다’는 뜻의 ‘꿉꿉하다’나 ‘날씨가 맑게 개지 못하고 비나 눈이 내려서 구저분하다’는 뜻의 ‘구질구질하다’가 ‘꿀꿀하다’와 가깝다.
‘구저분하다’와 혈연관계에 있는 말들, 다시 말해 ‘-저분하다’로 끝나는 말들은 하나같이 ‘더럽다’는 뜻을 갖고 있다. 정말이지 ‘더러운 가계(家系)’가 아닐 수 없다. 맏형 격인 ‘지저분하다’를 비롯해 ‘구저분하다’ ‘너저분하다’ ‘추저분하다’ ‘게저분하다(센 말은 ‘께저분하다’)’ 같은 것들이 이 가계의 구성원들이다. ‘구저분하다’는 ‘구질구질하고 지저분하다’, ‘너저분하다’는 ‘너절하고 지저분하다’는 뜻이다. ‘추저분하다’의 ‘추’는 한자 ‘추(醜)’이므로 ‘추저분하다’는 ‘추잡(醜雜)하고 지저분하다’는 뜻이 된다.
‘지저분하게 바르다’라는 뜻의 ‘게바르다’, ‘코나 침을 보기 흉하게 흘리는 모양’을 가리키는 ‘게게’ 같은 말들로 미루어 보면 ‘게저분하다’의 ‘게’ 역시 지저분하다는 뜻을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저분하다 (형) 더럽고 지저분하다
쓰임의 예 ★ 파리똥과 빈대 피가 촘촘한 구저분한 방에 비하면 대궐의 지밀처럼 으리으리했다. (문순태의 소설 『타오르는 강』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게게 - 코나 침을 보기 흉하게 흘리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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