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쓰이는 ‘까칠하다’라는 말은 사전에 ‘야위거나 메말라 살갗이나 털이 윤기가 없고 조금 거칠다’라고만 풀이돼 있다. 그러나 ‘가스러지다’가 털과 성격에 모두 관계된 말이듯 ‘까칠하다’도 두 가지 뜻으로 쓰이고 있음이 분명하니 사전에는 ‘성격이 모나거나 까탈스럽다’ 또는 ‘나긋나긋하지 않고 예민하다’ 같은 뜻풀이들이 추가돼야 할 것이다.
손발톱 뒤의 살 껍질이나 나무의 결 같은 것이 가시처럼 얇게 터져 일어나는 부분을 뜻하는 거스러미는 ‘가스러지다’의 큰말인 ‘거스러지다’에서 파생된 말이다. 가시 자체에도 ‘살이 박힌 나무 따위의 가늘고 뾰족한 거스러미’라는 뜻이 포함돼 있다. 풀이나 나무의 가시 부스러기는 가시랭이라고 한다.
‘거스르다’나 ‘거치적거리다’ 같은 말들은 모두 어떤 상황이나 흐름에 반대된다(逆)는 뜻을 품고 있다. 그러고 보면 첫소리가 ‘ㄱㅅ’ 또는 ‘ㄱㅊ’으로 시작되는 낱말들은 대체로 비슷한 의미를 띠는 듯하다.
앞의 표에서 보듯 ‘ㅂㅅ’ 또는 ‘ㅇㅅ’으로 시작되는 낱말들은 또한 부수거나 부서진다(破)는 뜻일 경우가 많다. 물론 예외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조금씩 더듬어 실마리들을 엮으며 가다보면 언젠가는 우리말의 발생 계통을 한 마리 코끼리로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스러지다’와 ‘으스러지다’는 둘 다 ‘덩어리가 깨어져 잘게 조각이 나다’라는 뜻이다. ‘으스러지다’가 큰말이다.
가스러지다 (동) ① 잔털 따위가 좀 거칠게 일어나다.
② 성질이 온순하지 못하고 좀 거칠어지다.
쓰임의 예 ★ 장돌뱅이 생활 십 년에 성질만 가스러졌다.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거스러미 – 손발톱 뒤의 살 껍질이나 나무의 결 같은 것이 가시처럼 얇게 터져 일어나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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