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자주 쓰고 있는 말 가운데는 맞춤법에 맞지 않는 것들이 적지 않다. ‘다르다’와 ‘틀리다’를 예로 들어 생각해 보자. ‘다르다’는 ‘같지 않다’는 뜻을 가진 그림씨고, ‘틀리다’는 ‘맞지 않다’는 뜻의 움직씨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다르다’고 말해야 할 때 ‘틀리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틀리다’가 움직씨니까 현재형으로 말할 때는 ‘틀린다’고 해야 맞는데도 ‘틀리다’고 그림씨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설레다’를 ‘설레이다’라고 쓰는 것도 그렇다. ‘설레다’는 ‘설레’에 씨끝(어미) ‘-다’가 붙어서 된 말로, 가만히 있지 않고 자꾸 움직이는 행동이나 현상을 설레라고 한다. ‘아이들 설레에 도무지 정신을 못 차리겠다’처럼 쓰인다. 설레는 또한 바람을 가리키는 심마니들의 은어이기도 한데, 바람이야말로 끊임없이 움직임을 존재의 바탕으로 삼고 있으니 설레라는 별칭이 딱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설레발친다’고 할 때의 설레발도 역시 설레에서 비롯된 말로 ‘몹시 서두르며 부산하게 구는 행동’이라는 뜻이다. ‘설레다’도 원뜻은 ‘가만히 있지 않고 자꾸 움직이다’였는데, 의미가 확장돼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들떠서 두근거리다’라는 뜻까지 갖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물리적 이동이 심리적 동요로 전이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설렌다’고 해야 할 것을 ‘설레인다’고 하고, ‘설렘’이라고 해야 할 것을 ‘설레임’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잘못을 부추기는 것들이 있다. 2003년에 나온 롯데제과의 슬러시 타입 아이스크림 <설레임>이 대표적이다. <설레임>을 짜 먹으면서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진짜인 ‘설렘’이 아니라 짝퉁인 ‘설레임’이 새겨진다. 그러니 과자 이름 하나, 껌 이름 하나도 함부로 지으면 안 된다.
설레설레 (부) 큰 동작으로 몸의 한 부분을 가볍게 잇따라 가로 흔드는 모양.
쓰임의 예 ★ 인민군 병사는 어린애처럼 설레설레 머리를 가로저어 도리질을 했다. (선우휘의 소설 『단독강화』에서)
★ 계기의 수치를 보고 있던 의사가 또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기 때문에 정 반장이 다가서서 다그쳤다. (김한길의 소설 『여자의 남자』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설레발 – 몹시 서두르며 부산하게 구는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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