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李貞桓)의 『샛강』은 이병주의 『산하』, 우희태의 『벼룩떼들』과 함께 내게는 20년, 30년이 넘게 기억되고 있는 소설이다. 이정환은 오랜 감옥생활이라는 특이한 체험을 가진 작가다. 6.25 전쟁의 와중에 탈영이라는 죄목으로 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7년을 감옥에서 보낸 뒤 특사로 풀려났다. 마흔한 살이 되던 1970년, 신동아 논픽션 공모에 <사형수(死刑囚) 풀리다>가 당선되고, 월간문학 신인상에 단편 <영기(令旗)>가 입선작으로 뽑혀 문단에 나왔다. <벽(壁) 저쪽>, <독보(獨步) 꿈>, <까치방>, <벽 속의 화자(話者)들> 같은 작품들은 그가 경험한 감옥 체험이 바탕에 깔려 있다. 칼럼니스트 김학민의 책 『맛에 끌리고 사람에 취하다』에 따르면 막걸리를 유난히 즐겼던 이정환 선생의 취향은 이랬다고 한다. “어이 김형, 우리 토마토 썰어 달래서 막걸리 한잔 먹을까?” “우리 배고픈데 짜장면 시켜서 막걸리나 한잔합시다.” “황도 통조림에 막걸리!”
안다니는 대체로 “그런 것까지 안다니 믿을 수 없다” 또는 “니(네)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하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말이다. 안다니와 비슷한 형태로 안다미라는 말이 있다. 남의 책임을 맡아 진다는 뜻의 한자말 안담(按擔)의 동의어로 취급되고 있는데, 안담에서 안다미가 나왔는지, 아니면 안다미에 안담이라는 한자말을 꿰맞춘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안다미는 ‘남에게 넘겨씌우거나 남에게서 넘겨받은 허물이나 걱정거리’ 또는 ‘억울한 누명이나 오명’을 뜻하는 덤터기와 쓰임새가 비슷한 말이다.
그런데 ‘안다미’에 ‘로’가 붙은 ‘안다미로’는 의미 면에서 ‘안다미’와 전혀 상관이 없다. ‘안다미로’는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라는 뜻을 가진 어찌씨다. “밥 한 공기 안다미로 담아주세요”처럼 쓸 수 있다. 그래서 ‘안다미로’는 음식점 이름으로 많이 쓰이는데, 인사동에도 ‘안다미로’라는 이름의 근사한 식당이 있다. 이탈리아 음식을 판다.
안다니 (명) 무엇이든지 잘 아는 체하는 사람.
쓰임의 예 ★ 종혁은 시장 안다니로 유지급에 속했고…. (이정환의 소설 『샛강』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안다미로 –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
'지난 게시판 > 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9 – 이승 (0) | 2019.11.13 |
---|---|
198 – 아귀 (0) | 2019.11.12 |
196 – 찾을모 (0) | 2019.11.10 |
195 – 푸접 (0) | 2019.11.09 |
194 – 섬서하다 (0) | 2019.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