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은 ‘이 생(生)’, 저승은 ‘저 생’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저승과 이승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는 유명(幽明)이 있다. 유명은 어둠과 밝음이라는 뜻인데, 저승을 어둠의 세계, 이승을 밝음의 세계로 보는 것이다. 유명(幽明)의 동음이의어인 유명(幽冥)은 깊숙하고 어둡다는 뜻으로 유명(幽明)의 반쪽, 즉 저승을 가리킨다.
삶과 죽음을 이쪽과 저쪽으로 나눈 것으로는 차안(此岸)과 피안(彼岸)도 있다. 여기서는 피차일반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차안, 피안의 안(岸)은 기슭이라는 뜻이므로, 차안과 피안 사이에는 그것이 바다가 됐든 강이 됐든 건너야 할 물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것은 기독교에서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하는 그 요단강과도 같은 존재다. 참고로 요단강은 원래 이름이 요르단강이며, 안티레바논산맥 남부의 헤르몬산에서 발원해 요르단 서쪽을 흘러 사해(死海)에 이르는 길이 360km의 강이다. 요단강 서쪽 건너편이 바로 젖과 꿀이 흐른다는 약속의 땅, 가나안이라고 한다.
불교에서 차안은 사바세계, 피안은 극락정토다. 사바세계는 생로병사의 괴로움을 겪어야 하는 인간의 세계다. 그냥 참고 견뎌야 한다는 뜻에서 감인(堪忍)세계라고도 한다. 극락정토는 글자그대로 ‘지극히 즐거운 깨끗한 땅’으로, 아미타불이 살고 있는 곳인데, 다른 말로는 안양(安養)으로도 불린다. 인간세계에서 서쪽으로 10억 불토(佛土)나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한다. <슈렉 2>에 나오는 ‘겁나 먼 왕국’보다 훨씬 더 먼 곳인 것 같다. 서울역에서 1호선 전철을 타고 불과 38분이면 안양(安養)에 내릴 수 있는데 말이다.
사바세계에서 극락정토로 가려면 배를 타야 하는데, 그 배의 이름이 반야용선(般若龍船)이다. 한 척밖에 없으니 완전 독점 노선인데, 뱃삯으로 내야 하는 것이 바로 반야, 즉 깨달음이다. 한 생각 돌리면 사바세계가 바로 극락정토인 것이다.
이승 (명) 지금 살고 있는 세상.
쓰임의 예 ★ 이승과 저승의 몽롱한 장막을 걷고 내왕하듯 환이의 시선은 흐렸다가 반짝이곤 한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
★ 구천과 이승을 넘나들고 있을 그놈의 혼령을 위해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 (한승원의 소설 『해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