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군의 작고 아름다운 섬 ‘소록도’에 자리한 국립소록도병원은 한센병 치료 발전사를 살펴볼 수 있는 의료 역사의 현장이다. 1916년 한센인을 격리하고자 일제가 세운 소록도자혜의원을 모태로, 중앙나요양소, 소록도 갱생원, 국립나병원, 국립소록도병원으로 명칭을 변경하며 한센인의 치료와 요양을 담당했다. 소록도에는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었던 한센인의 애환의 역사뿐만 아니라 일제의 강제 노역, 84인 학살 사건, 오마도 간척 사업 등 역사적 사건 현장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소록도 100년의 역사에서는 한센인을 위해 인생을 바쳐 자원봉사를 펼친 수녀 마리안느•마거릿의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두 수녀는 병마와 싸우며 힘겨운 생활을 하던 한센인을 돕고자 20대 후반에 소록도에 왔다. 이후 40여 년간 결핵 병동 건립, 물리 치료기 도입 등 다양한 활동으로 한센인을 돌봤다. 이들의 노력으로 해마다 전국에서 의료봉사단과 자원봉사자들이 소록도를 찾고 있으며, 국립소록도병원은 한센인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로 탈바꿈했다.
소통의 상징인 소록대교의 아름다운 경관을 배경으로 한 기념우표에는 두 가지 의도를 표현했다. 초기 소록도자혜병원의 모습과 미카엘 천사가 한센균을 박멸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구라탑(求癩塔)’를 통해서 아픈 과거를 돌아보자는 것과, 현재 소록도병원의 전경과 따뜻한 사랑의 손을 통해서 평화와 소통의 미래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한센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의 시각을 걷어 내고자 인간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건강한 삶과 나눔의 가치를 담은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하며, 소록도가 아픔의 역사를 딛고 소통과 평화의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