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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국왕의 상징물 - 국왕의 이름을 기록한 상징물(1), 어보

튼씩이 2022. 5. 5. 10:22

1) 어보

 

어보(御寶)는 국왕이 사용하는 도장을 말한다. 왕세자 시절에 받는 은인(銀印)과 국왕 시절에 받는 금보(金寶)가 있다. 국왕의 새로운 이름이 정해지면 이를 기록한 어보와 어책이 동시에 만들어졌다. 따라서 국왕이 새로운 이름(존호, 묘호, 시호, 전호, 능호)을 받을 때마다 어보는 새롭게 만들어졌다.

 

국왕이 왕세자를 책봉할 때 교명(敎命), 죽책(竹冊)과 은인(銀印)을 내렸다. 왕세자의 은인에는 ‘왕세자인(王世子印)’이라 새겼다. 왕세자인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할 때는 대리청정을 할 때이다. 왕세자가 대리청정을 하면 왕세자의 명령서나 관리 임명장에 이 은인이 찍혔다.

 

조선 국왕이 중국 황제에게 책봉을 받을 때 받는 책봉인도 어보에 해당한다. ‘조선국왕지인(朝鮮國王之印)’이라 새겨진 책봉인은 중요한 상징물이다. 국왕의 즉위 식에는 국왕이 선왕의 찬궁(欑宮) 앞에서 유언장과 함께 대보(大寶)를 받는 절차가 있다. 이때 새 국왕이 받는 대보가 바로 황제가 준 책봉인이다. 국왕이 황제에게 보내는 사대문서에는 반드시 이 대보를 찍어야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조선이 건국된 직후 태조는 공민왕이 명 태조로부터 받았던 ‘고려국왕지인(高麗 國王之印)’을 명에 반환하였다. 조선 국왕이 ‘조선국왕지인’이란 새 책봉인을 받은 것은 태종이었다. 조선이 병자호란에서 패배하자 인조는 명 황제가 주었던 책봉인을 청 황제에게 압수당하고, 청 황제가 주는 새 책봉인을 받았다. 명에서 준 책봉인은 순한문이지만, 청에서 준 책봉인은 한문과 여진 문자가 함께 있었다.

 

1876년에 작성된 보인소의궤(寶印所儀軌)』를 보면 국왕이 사용한 7종의 어보와 왕세자인이 수록되어 있다. 어보는 대부분 은에다 금을 입힌 것이며, 손잡이는 주로 거북이 모양이다. ‘조선국왕지인’은 유일하게 용머리에 거북이 몸을 한 손잡이가 달렸다. 대한제국이 건설된 후 어보의 손잡이는 용으로 바뀌었다.

 

‘조선국왕지인’이 중국에 보내는 외교문서에 사용한 어보라면, ‘대조선국주상지보(大朝鮮國主上之寶)’ ‘위정이덕(爲政以德)’ ‘소신지보(昭信之寶)’는 일본에 보내는 외교문서에 사용하였다. ‘조선왕보(朝鮮王寶)’는 국왕의 교명이나 전문에, ‘시명지보(施命之寶)’는 교서나 교지에, ‘유서지보(諭書之寶)’는 관찰사나 절도사의 임명 교지에, ‘과거지보(科擧之寶)’는 과거 시험지나 합격 증서에, ‘선사지기(宣賜之記)’ 는 서적을 하사할 때 사용하였다. 대한제국이 건설되자 황제의 어보가 대폭 늘어 났다. ‘대한국새(大韓國璽)’와 ‘황제지보(皇帝之寶)’ ‘제고지보(制誥之寶)’ ‘칙명지보 (勅命之寶)’는 황제가 사용하는 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