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의 어머니는 무수리 출신으로 알려진 숙빈(淑嬪) 최씨(崔氏, 1670~1718)이다. 아버지 숙종은 첫 왕비와 계비로부터 아들을 얻지 못하고 훗날의 희빈(禧嬪, 1659~1701)이 된 나인 장씨와의 사이에서 경종(景宗, 1688~1724)을 낳았다. 그 후 숙종은 희빈에게 불만을 느꼈고, 그즈음 무수리였던 숙빈 최씨가 숙종의 총애를 얻기 시작했다. 이런 정국 속에서 영조는 1694년(숙종 20) 음력 9월 13일 새벽에 창덕궁 보경당(寶慶堂)에서 태어났다. 6세 때 연잉군 (延礽君)에 봉해진 영조는 커가면서 왕실에서 본인이 처한 위태로운 위치를 알기 시작했다. 더욱이 연잉군은 몇 차례 잘못된 행동 때문에 숙종으로부터 질책을 받아 눈 밖에 났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숙종 사후에 소론의 지원을 받은 경종이 왕위에 올랐고, 노론의 후원을 받은 연잉군은 1721년(경종 1) 음력 8월에 세제(世弟)로 책봉되었다. 1724년(경종 4) 음력 8월 병약하던 경종이 갑작스럽게 숨을 거두자 왕위를 물려받게 되었다.
순조 32년인 1832년 9월 15일에 당시 영의정 남공철(南公轍, 1760~1840)은 ‘검소함을 숭상하는 일에 대해 상소’를 하면서 순조에게 영조의 일을 예로 들었다. “수라를 올릴 때를 당하면 소관 부서에 단단히 타일러서 그릇 수를 줄이도록 하시고 높이 괴어 올리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경연(經筵)에 참여했던 신하 중에서 음식 가짓수가 너무 간략하다고 말한 사람이 있자, 말씀하시기를 경들은 이것을 보고 적다고 하는가? 나는 덕이 얇아서 매번 밥상을 푸짐하게 대하면서 선왕의 위패를 등 뒤에 모신 것을 바라보게 되면 오르락내리락 하시는 영령이 굽어보시는 것과 같아 너무 지나치게 즐겨 하는 것을 경계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하셨습니다.”11) 라고 했다.
이렇듯이 영조는 식사에서 검소할 것을 강조한 왕으로 후세에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왕의 식사는 언제나 특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세 사람들은 조선시대 왕의 식사가 매우 근사하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영조의 일상식사가 어떤 규칙을 가지고 마련되었는지 조차 아직까지 알 길이 없다. 그와 관련된 자료가 남아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영조실록』과 『승정원일기』의 자료를 통해서 영조가 즐겨먹었던 음식들을 살펴볼 수 밖에 없다.
가. 타락죽(駝酪粥)
나. 보리밥
다. 고추장
라. 삶은 밤과 사슴꼬리구이, 그리고 메추라기구이
마. 송절차
영조는 일상과 잔치에서 모두 ‘절음식(節飮食)’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스스로 직접 실천하려 노력했다. 이것은 바로 성리학에서 강조한 검박함의 실천이기도 했다. 영조가 즐겨 먹은 담백한 음식으로는 이 책에서 설명한 것 외에도 많다.12) 생전복회나 전복죽이나 전복찜을 즐겨 먹었다. 하지만 비리거나 짠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조기는 민어와 함께 너무 짜지 않은 맛을 즐겼다. 아마도 비린 맛이 다른 생선에 비해서 적기 때문일 것이다. 젊었을 때는 한여름이나 한겨울에 차가운 음식 먹기를 즐겼지만, 위장이 좋지 않아 자주 설사를 하였다. 결국 영조는 나이가 50이 넘어서면서 차가운 음식을 피했다. 비록 나이가 들면서 즙저나 고추장과 같이 짜고 매운 음식을 즐겨 먹었지만, 그래도 담백한 음식은 영조의 식탁에서 근본이었다. 또한 영조는 각종 약제와 음식을 정할 때 반드시 자신의 체질과 식치의 원리에 근거를 두고 스스로 판단을 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식전방장’의 형국에 빠진 현대인들이 영조로부터 배워야 하는 건강비결이 아니겠는가.
참고문헌
주영하, 《장수한 영조의 식생활》,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14.
주영하, 《조선의 미식가들》, 휴머니스트, 2019.
11) 『순조실록』32권, 1832년(순조32) 9월 15일자 기사.
12) 김호, 「조선의 食治 전통과 王室의 食治 음식」, 『朝鮮時代史學報』 45집, 2008; 김호, 「왕의 까다로 운 입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조선 왕실의 건강법, 식치」, 조선국왕의 일생, 서울:글항아리, 2009 등에서 『승정원일기』의 기록을 통해서 영조가 좋아한 음식을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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