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 2096

국어원 소식 - 법정 기념일 지정 후 첫 번째 맞이한‘한글 점자의 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 이하 문체부)는 국립국어원, 국립장애인도서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시각장애인도서관협의회 등과 함께 11월 4일(목) 오후 2시, ‘제95돌 한글 점자의 날’ 기념식을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한글 점자의 날’은 1926년 11월 4일 송암 박두성 선생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6점식 한글 점자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올해로 제95돌을 맞은 ‘한글 점자’는 박두성 선생이 우리말의 표기 수단인 한글을 점자로 적기 위해 창안한 표기 문자로 초성, 중성, 종성을 모아쓰는 우리말 표기 방식에 맞게 6점을 조합해 표기할 수 있게 고안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점자법」이 개정됨에 따라 ‘한글 점자의 날(11. 4.)’은 법정 기념일이 되었고, ‘한글날(10. 9.)’..

알갱이와 알맹이

‘알갱이’와 ‘알맹이’란 서로 다른 두 낱말이 있는데, 그 각각의 쓰임을 잘 따져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알갱이’는 “곡식의 낟알이나, 열매의 낱개”를 가리키는 말이다. “쌀이나 보리, 밀 알갱이는 잘고, 도토리나 밤 알갱이는 굵다.”처럼 쓰인다. 반면에 ‘알맹이’는 “물건을 싸고 있는 껍데기나 껍질을 벗기고 남은 속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땅콩을 까서 알맹이를 모아 놓은 것보다 남은 껍데기가 더 수북하다.”처럼 쓰인다. ‘알갱이’는 셈을 헤아리는 단위로도 쓰여서 “한 알갱이, 두 알갱이, 세 알갱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알맹이’는 그렇게는 쓰이지 않는다. 모처럼 하늘이 높고 햇살이 눈부신 나날이다. 이런 날씨가 보름만 지속되어도 올 가을 수확이 풍성해질 것이다. 벼베기를 한 뒤에 이삭을 떨어..

팔월 한가위

추석이다. 설날을 ‘정월 대보름’이라고 하듯이, 추석은 ‘팔월 한가위’라고 말한다. ‘한가위’에서 알 수 있듯이, 추석의 순우리말은 ‘가위’이다. 우리말에 ‘절반’이나 ‘가운데’라는 뜻으로 쓰이는 ‘가웃’이란 말이 있다. 요즘에도 수를 셀 때 이 말을 쓰고 있다. ‘석 자 가웃’이라 하면, ‘가웃’이 한 자의 절반이므로, 석 자 하고도 반자쯤 더 되는 길이를 나타낸다. ‘가위’는 바로 이 ‘가웃’이 변한 말이다. 더운 때와 추운 때의 한가운데를 가리킨다. 이 ‘가위’에 ‘크다’는 뜻의 우리말 ‘한’을 덧붙여서 ‘한가위’라고 부른다. 추석을 음력 8월에 있는 명절이란 뜻으로 ‘중추절’이라고도 하고, 그 무렵이 날씨가 아주 좋은 때이므로 ‘중추가절’이라고도 한다. 둘 다 옛 문헌에 자주 나오는 말들인데 요즘..

이렇게 소리 내고 저렇게 쓰는 말들

말을 할 때는 못 느끼다가도 막상 글로 옮겨 적을 때에는 표기가 헛갈렸던 경험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령, ‘사귀다’라는 말을 ‘사귀어’, ‘사귀었다’처럼 표현할 때 현실적으로 [사겨], [사겼다]로 줄여서 말하고 있지만, 이러한 준말을 옮겨 적을 방법이 없다. 한글에는 ‘위’와 ‘어’ 소리를 합친 모음자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겨], [사겼다]로 소리 내고 ‘사귀어’, ‘사귀었다’로 적는다. 달궈진 프라이팬이나 뜨거운 그릇을 모르고 만졌을 때, “앗 뜨거!” 하면서 비명을 지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짧은 비명을 글로 옮겨 적을 때에는 “앗 뜨거!”라고 적으면 안 된다. ‘뜨겁다’는 ‘뜨거워’, ‘뜨거우니’, ‘뜨거워서’ 들처럼 어미변화가 일어나는 말이므로, 이때에는 “앗 뜨거워!”..

흐리멍텅하다

‘흐리다’는 “날씨가 흐리다.”, “물이 흐리다.”처럼, 눈에 보이는 상태가 맑지 않다는 뜻이지만,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분명하지 않다는 뜻을 나타낼 때도 쓰이는 말이다. 이 ‘흐리다’를 바탕으로 해서 “흐리멍텅한 정치인들”이라든가, “일을 흐리멍텅하게 처리했다.”와 같이 ‘흐리멍텅하다’란 낱말이 자주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예들처럼 ‘정신이 맑지 못하고 흐리다’거나 ‘일의 경과나 결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뜻으로 쓰이는 ‘흐리멍텅하다’는 잘못 쓰고 있는 말이다. 이때에는 ‘흐리멍덩하다’가 바른 표기이다. 옛날에는 ‘흐리믕등하다’로 말해 오다가, 오늘날 ‘흐리멍덩하다’로 굳어진 말이다. 표준말이 아닐 뿐이지 ‘흐리멍텅하다’가 우리말에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북한의 경우에는 ‘흐리멍텅하다’를 우리의 표준어..

목이 두꺼운 처자?

보름 전쯤인가, 텔레비전 방송의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젊은 역사학자가 조선시대 때 세자빈을 간택하는 조건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세자빈에 간택되기 위한 용모를 표현하면서 ‘목이 두꺼운 처자’라고 했는데, 함께 있던 출연자들도 모두 목이 두껍다는 말에 맞장구를 치는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랐다. 목이나 허리라든가, 팔뚝, 종아리 등을 묘사할 때에는 ‘굵다’, ‘가늘다’로 말해야 한다. “목이 두꺼운 처자”가 아니라 “목이 굵은 처자”가 맞는 표현이다. “팔뚝이 얇다”가 아니라 “팔뚝이 가늘다”이고, “종아리가 두껍다”가 아니라 “종아리가 굵다”로 말해야 옳다. 이런 말들은 사실 어렸을 때 우리말을 처음 배우는 단계에서 익혔던 말들인데, 이렇게 자기도 모르게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두껍다’는 물체의..

얌치 같은 계집애?

요즘 뉴스를 듣다 보면 염치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염치’라는 말의 뜻은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사람들끼리 어울려 사는 사회에서는 누구나 염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사회가 건강하게 움직인다. 한자말에서 온 이 ‘염치’는 소리가 변하여 ‘얌치’로 쓰이기도 한다. ‘염치’와 ‘얌치’는 뜻이 같은 말이므로 ‘얌치’라고 해도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하는 참 좋은 마음을 가리킨다. ‘염치’나 ‘얌치’나 이 사회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는 흔히 부끄러움도 모르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얌치’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얌치 같은 계집애!”란 대사가 가끔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은 우리말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사례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얌치가 없는 사람..

백신 패스 -> 방역확인증

'백신 패스'라는 외국어를 대신할 우리말로 '방역확인증'이 뽑혔다. 공공기관이나 언론이 사용하는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다듬기 위해 꾸려진 한글문화연대 말모이 모임이 10월 13일부터 11월 1일까지 '백신 패스'의 쉬운 우리말을 논의한 결과였다. 백신 패스란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방안 중 하나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완료자가 공공시설이나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방역 조치로 인한 제한을 받지 않도록 시행을 계획 중인 제도이다. 많은 의견들이 오가는 와중에 10월 20일 국립국어원 새말모임에 참석했던 이건범 대표는 백신 패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오늘 국립국어원 새말모임에 가서 회의하고 왔는데, '백신 패스'를 다루었습니다. 보건복지부 쪽에서도 바꾸려고 하는데,..

딴지를 건다

‘딴지를 건다’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다. 신문 기고란을 읽다 보면, “글쓴이도 이 표현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는 말이 가끔 눈에 띄곤 하는데, 이 말은 사실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딴지’가 아니라, “글쓴이도 이 표현에 딴죽을 걸 생각은 없다.”와 같이 ‘딴죽’이라 해야 한다. 이미 동의하거나 약속한 일에 대하여 딴전을 부리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은 ‘딴지’가 아니라 ‘딴죽’이라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딴지’는 없고 ‘딴지치기’가 있다. 딴지치기는 옛사람들이 즐기던 놀이문화인 돈치기의 하나라고 한다. 동전을 벽에 힘껏 부딪치게 한 후, 동전이 벽에서 더 멀리 튀어나온 사람부터 돈이 떨어진 자리에 서서, 그 돈으로 다음 자리에 떨어진 돈을 맞혀서 따먹는 놀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