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 2073

읽지 않는 ‘구독 경제’

구독’이라고 하면 으레 신문 구독, 잡지 구독을 떠올릴 것이다. 과거에는 매일 배달해주는 신문의 구독료를 달마다 신문배달원이 받아 가면서 영수증을 끊어주었다. 그 뒤로는 지로용지가 오고, 그다음엔 자동이체로 구독료를 내다가 인터넷 검색 업체들이 신문 기사를 제공하면서부터 종이 신문 구독이 빠르게 줄었다. 신문 구독이 많이 사라지면서 ‘구독’이라는 말도 자취를 감추는 것 아닐까 했었는데, 어느 날 뜻밖의 동네에서 다시 이 말을 만나게 됐다. 비싼 옷을 구독하고, 화장품을 구독하고 심지어는 먹고 마시는 것도 구독한다는 구독 경제(購讀經濟·subscription economy)가 출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무렵부터 화장품을 달마다 정기적으로 배송받아 사용하는 상거래에서 시작됐다고 하는데, 대체로..

한글 위인 열전 - 세종대왕과 정의 공주

1443년 12월 30일, 세종대왕은 역사에 길이 빛날 걸작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했다.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세종이 어떻게 한글을 만들었으며 누구의 도움을 받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이 단독으로 훈민정음을 창제했다고 쓰여 있고, 훈민정음이 창제된 후의 일들만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집현전 학사들이 훈민정음을 번역하고 해설서를 만드는 등의 작업에 참여한 것도 모두 훈민정음 창제 후의 일이다. 그렇다면 세종은 정말 혼자만의 힘으로 한글을 만든 것일까? 베일에 감춰진 한글 창제의 비밀과 관련해 흥미로운 기록이 하나 있다. 바로 죽산 안씨 일가의 족보인 ≪죽산안씨대동보≫이다. 세종의 둘째 딸인 정의 공주는 관찰사 안망지(安望之)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