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 2096

‘컬처 핏’은 ‘조직 문화 적합성’으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 이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원장 장소원, 이하 국어원)은 ‘컬처 핏’을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조직 문화 적합성’을 선정했다. ‘컬처 핏’은 기업의 조직 문화 또는 그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과 채용 대상자와의 적합성을 이르는 말이다. 문체부는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하나로 국어원과 함께 외국어 새말 대체어 제공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문체부와 국어원은 지난 5월 4일(수)에 열린 새말모임*을 통해 제안된 의견을 바탕으로 의미의 적절성과 활용성 등을 다각으로 검토해 ‘컬처 핏’의 대체어로 ‘조직 문화 적합성’을 선정했다. * 새말모임: 어려운 외래 용어가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다듬은 말을 제공하기 위해 국어 유관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

언어의 숨겨진 힘 -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의 힘

인간은 누구나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 또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아라비안나이트’라고도 불리는 ≪천일 야화≫는 인간의 그러한 특성을 극적으로 드러낸 이야기이다. ≪천일 야화≫에서 페르시아 사산 왕조의 샤푸리 야르 왕은 아내의 불륜을 목격한 후 마음에 큰 상처를 입어 세상의 모든 여자를 증오하게 된다. 그래서 왕은 날마다 새 신부를 맞이한 후 다음 날 동이 트면 아무리 빼어난 미모의 여인이더라도 가차 없이 죽여 버렸다. 그런데 왕은 ‘세헤라자데’라는 이름의 여인만은 죽이지 못했다. 세헤라자데가 밤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를 듣다가 동이 트면, 왕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세헤라자데를 하루씩 더 살려 주곤 했다. 그렇게 1,001일 동안 세헤라자데가 ..

한글 위인 열전 - 유교 사상을 널리 퍼뜨리리! 한글 실용 시대를 연 성종

엘리트 코스를 밟고 왕이 된 성종 예종(조선 제8대 임금, 세조의 차남)은 세조(조선 제7대 임금)의 뒤를 이어 강력한 임금이 될 자질을 가진 왕이었지만 재위 1년 만인 1469년, 지병을 이기지 못하고 스무 살에 요절했다. 예종의 뒤를 이을 후보에는 예종의 아들 제안대군과 예종의 형인 죽은 의경세자의 두 아들 월산군, 자을산군(훗날의 성종)이 있었다. 그들 중 후계 서열 3위였던 자을산군이 13세의 나이로 보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제안대군이 네 살밖에 되지 않아 보위를 잇기 어렵고, 후계 서열 2위인 원산군은 병약한데다 성품과 자질이 자을산군보다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성종이 스무 살의 성인이 될 때까지 대비전에서 대신 정사를 돌보았다. 세조의 부인이자 인수대비(성종의 모후)의 시어머니..

한국어 교육, 그리고 우리 - 주어를 말하지 않는 사람들

벌써 몇십 년 된 일이다. 외국으로 가는 자유여행이 흔하지 않던 시절, 단체 여행을 간 한국인들이 미국 식당에서 주문을 하면서 전설 같은 일화를 남겼다. 자리를 잡고 앉은 한국인들에게 직원들이 주문을 받으러 갔는데, 일행 중 누군가가 메뉴를 통일하고 정리하여 직원에게 알려 준 것이 하나요, 어떤 이들은 ‘I am a steak.(나는 스테이크이다.)’라고 말하며 주문했다는 점이 또 하나이다. 이 특별한 언행에, 그 식당에서는 한동안 ‘한국인들은 주문할 음식과 자신을 동일시한다’는 오해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가: “우리 뭐 먹을까?” 나: “나는 비빔밥. 이 집은 비빔밥이 맛있어.” 가: “그래? 그럼 나도 비빔밥.” ‘나는 비빔밥’, ‘나는 짜장면’과 같은 말은 한국의 식당에서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