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 2096

언어의 숨겨진 힘 - 독이 되는 거짓말, 약이 되는 거짓말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중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는 거짓말을 ‘악의적인 거짓말’, ‘이타적인 거짓말’, ‘선의의 거짓말’로 나누었다. 악의적인 거짓말은 나쁜 의도를 가지고 남을 해치기 위해 꾸며 내는 거짓말이다. 적에게 고문을 당하면서도 아군의 위치를 가르쳐 주지 않으려고 거짓 대답을 하는 것은 이타적인 거짓말이다. 마지막으로 선의의 거짓말은 이웃집 아기를 보고 썩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상대의 기분을 배려하여 “아기가 참 예쁘네요.” 하고 인사하는 것처럼, 타인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거짓말이다. 그런데 어떤 거짓말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신체의 다양한 반응을 동반한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려고 노력해도, 마음은 거짓말을 들킬까 봐 두려움과 긴장에 휩..

일상 속 오늘의 다듬은 말 - 자동계단, 승강기, 안전 손잡이, 자동길

궁금한 우리말 다듬은 말 알아보기 ‘자동계단’을 이용할 때는 ‘안전손잡이’를 꼭 잡으세요 서울 등 대도시에는 지하철이나 전철이 발달해 있어서 차가 밀리는 도로를 이용하는 대신 전철을 이용하면 제때에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어서 참 편리합니다. 지하철 역에는 계단이 많아서 노약자가 이용하기에는 불편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역 대부분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다리가 불편하거나 나이 드신 분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핸드레일을 잡아야 합니다. 계단을 이용할 때도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우측 보행을 해야 합니다. 이동 거리가 꽤 먼 역에는 무빙워크가 설치되어 있는 곳도 있습니다. | 승강기, 오른쪽 걷기, 자동길(왼쪽부터) 여기에 외국어, 외래어, 어려운..

우리말과 거리 두는 무인 단말기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19는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비대면의 시대를 열었다. 서로가 혹시나 보균자이진 않을까 조심하며 접촉을 최소화하는 일상이 계속되며 많은 기업과 관공서에서는 ‘무인화’ 열풍이 불었다. 코로나19 이후 1년이 지나 비대면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인 2021년 3월, 많은 언론에서 앞다투어 누리소통망에 올라온 사연을 소개했던 적이 있다. 다음은 그 내용을 간략히 옮긴 것이다. “엄마가 햄버거 먹고 싶어서 집 앞 가게에 가서 주문하려는데 키오스크를 잘 못 다뤄서 20분동안 헤매다 그냥 집에 돌아왔다고, 화난다고 전화했다. 말하시다가 엄마가 울었다. 엄마 이제 끝났다고 울었다.” 이 글은 1만 4천회 넘게 공유될 정도로 뜨거운 감자였고, 이런 현상에 대해 ‘디지털 소외’ 또는 ‘디..

한글 맞춤법 차례차례 알아보기 - 그릇 좀 '가져오아'는 틀리고 '가져와'가 맞다

이번 호에는 제35항을 살펴보겠습니다. 국어에서는 모음이 연이어 나오면 둘 중 하나가 탈락하거나(마음→맘), 둘 중 하나가 반모음1)이 되어 이중모음2)으로 줄어들거나(가리어→가려), 두 모음의 중간쯤 되는 모음으로 축약이 되거나(아이→애), 두 모음 사이에 반모음이 첨가되거나 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이른바 ‘모음 충돌 회피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이 중에서 앞의 세 가지는 음절 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규정에서 다루고 있는 준말도 바로 모음 충돌 회피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모음으로 끝나는 용언 어간에 다시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이어지면서, 즉 모음이 충돌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준말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보아[poa]’가 ‘봐[pwa]’로 줄어드는 것은, 모음 [o]와 [a]가..

한글 위인 열전 - 한글로 소설 쓰는 사대부, 김만중

한글 문학을 사랑한 김만중 조선 후기 문신인 서포 김만중(金萬重, 1637~1692)은 한문학만이 가치 있다고 여기던 당대 통념을 거부하고 ‘국문 소설’을 썼다. 한문을 떠받들던 당대 사대부들 속에서 그는 어떻게 한글로 소설을 쓸 생각을 했을까? 김만중은 아버지 김익겸이 정축 호란(1637년) 때 강화도에서 순절하면서, 형 김만기와 함께 홀어머니 윤씨 부인 슬하에서 성장했다. 윤씨 부인은 이조 참판 윤지(遲)의 딸로 명문가 출신답게 궁색한 살림 속에서도 아들들이 읽을 각종 서책을 구했고, 이웃의 홍문관 서리를 통해 책을 빌려 손수 베껴 옮겨서 교본을 만드는 등 자식 교육에 정성을 쏟았다. 또 집안 대대로 전해 오는 학문을 익혀 소양을 겸비했던 윤씨 부인은 ≪소학(小學)≫, ≪사략(史略)≫, ≪당률(當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