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100년 만에 열리는 대한제국 영빈관 ‘덕수궁 돈덕전’

튼씩이 2023. 9. 26. 13:40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소장 권점수)는 9월 25일(월) 낮 3시 덕수궁 돈덕전 1층 기획전시실에서 돈덕전 개관기념식을 열고, 9월 26일(화) 아침 9시부터 정식 개관한다. 돈덕전은 고종 즉위 40돌 칭경예식*에 맞추어 서양열강과 대등한 근대국가로서의 면모와 주권 수호 의지를 세계에 보여주고자 1902년~1903년에 걸쳐 황궁에 지은 서양식 영빈관으로, 1921년~1926년 헐렸다.

 

* 칭경예식: 1902년 고종의 즉위 40돌을 경축하기 위해 대규모 국제행사로 기획한 예식(전통식과 서양식이 혼합된 예식)으로서, 돈덕전은 이 행사를 위한 서양식 영빈관으로 지어졌다. 대한제국은 이 행사를 통해 황제의 위상을 높이고, 나아가 냉엄한 국제 사회에서 중립국으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하려 하였다. 그러나, 콜레라의 창궐로 국제행사는 무산되고, 같은 해 11월 국내행사로 축소되어 전통방식의 예식만 경운궁(덕수궁) 안에서 거행되었다.

 

▲ 1910년 ~ 1917년 덕수궁 돈덕전 (일본 궁내성 소장 창덕궁사진첩)

 

▲ 2023년 재건된 돈덕전

 

문화재청은 2015년부터 덕수궁의 역사성을 회복하고 역사문화자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덕수궁 복원정비사업을 추진해왔으며, 돈덕전은 2017년에 발굴조사, 2018년에 설계를 마친 뒤 2019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12월 준공했다. 전시를 위한 자료조사와 공간설계는 건축공사 중인 지난해 7월부터 시작했으며 전시물 제작ㆍ설치와 인테리어를 올해 오는 9월 24일까지 마무리했다.

 

새롭게 개관하는 돈덕전은 100년 전 대한제국 외교의 중심공간이었던 역사성을 고려하고, 현대에 맞는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대한제국 외교사 중심의 전시와 기록보관(아카이브) 및 도서 열람, 나라 안팎 문화교류와 예술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 <조미수호통상조약>, 1882년 | 종이 | 27.8×18.7㎝ |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 <푸트 주조선전권공사 신임장>:, 1883년 | 종이 | 26.6×35.5cm |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 복제품

 

▲ 초대 주조선 미국대사 루셔스 푸트(Lucius H. Foote)와 공사관 직원들

 

먼저, ▲ 1층은 고종의 칭경예식 등 당시 대한제국의 모습을 영상에 담은 상설전시실 Ⅰ(대한제국 영상실)과 다양한 기획전시와 국제행사를 할 수 있는 기획전시실로 구성된다. 이어서 ▲ 2층에는 한국 근대 외교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상설전시실 Ⅱ(대한제국의 외교)와 20세기 초 서양의 살롱을 동기로 하여 가구와 조명등을 배치하고, 각종 도서와 영상자료 열람과 학술회의, 소규모 공연 등이 가능한 32개의 좌석과 이동형 책장까지 갖춘 아카이브실(대한제국 자료실)이 자리를 잡았다.

 

이 밖에도 복도 바닥은 발굴과정에서 출토된 타일을 재현하여 장식했고, 천장과 벽에는 100년 전 분위기의 조명등을 달았으며, 층별로 대한제국 시기의 서울 풍경(1층)과 당시의 주요 인물들(2층)을 디지털 액자에 담아 전시하였다.

 

▲ <국새 대군주보>, 1882년 | 은에 도금 | 9.5×9.5×7.9㎝ | 국립고궁박물관 | 보물(Treasure) | 복제품(Replica

 

▲ <화차분별도>, 강진희(姜璡熙) 그림 | 1888년 | 종이에 수묵 | 19.5×24.2㎝ | 간송미술관

 

▲ 초대 주미공사관 일행(앞 열 가운데 공사 박정양)

 

▲ <미국공사왕복수록>, 1887~1891년 | 종이 | 24.7×17.8㎝ | 국립고궁박물관 | 국가등록문화재

 

▲ <서울 진관사 태극기>, 1919년 | 직물 | 70×88㎝ | 보물

 

한국 근대외교가 주제인 상설전시실 Ⅱ는 ▲ 들어가기, ▲ 근대 외교의 시작 - 만국공법의 세계로, ▲ 격동의 시대, 그리고 외교관들, ▲ 제국에서 민국으로, ▲ 끝나기의 5개 구역으로 구성하였다. 이곳에서는 외교의 중요한 사건뿐만 아니라 초대 주미공사 박정양, 마지막 주영공사 이한응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며 대한제국의 주권과 자주 외교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외교관들과 주요 인물들의 삶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서화가이자 초대 주미공사관원인 강진희(1851~1919)가 1883년 미국에서 연기를 뿜으며 달리는 두 대의 기차를 그린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화차분별도(火車分別圖)>와 대한불교조계종 진관사 소장 유물로 일장기 위에 태극과 4괘를 먹으로 덧칠해 그려 넣은 <서울 진관사태극기>(보물)도 만날 수 있다.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