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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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술은 붉거나 흰색으로 쌀이나 밀 따위 곡물로 빚어내며, 발효하기 전 단계에 불붙은 숯을 집어넣음으로써 맑은 빛깔을 낸다. 그것은 질적인 면에서 중국이나 일본의 술을 저만치 따돌릴 만한데, 입천장에서 착착 달라붙는 그 부드러운 맛이 흡사 우리의 포도주를 연상시켰다. 맛이 매우 좋아 친구들을 위해 프랑스에도 좀 가져가고 싶었지만 운반할 수 있게 포장된 것도 아니었고, 결정적으로 장시간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아쉽지만 포기해야 했다.”
위 내용은 조선에 왔던 프랑스인 샤를 루이 바라와 샤이에가 쓴 《조선기행, 성기수 뒤침, 눈빛, 2001》에서 조선 전통술을 소개하며 극찬했던 말입니다. 그는 조선술이 얼마나 맛있던지 바다 건너 고국의 벗들에게 술맛을 보여주고 싶지만 오랫동안 보관하거나 유통이 어려웠기에 포기했다고 합니다. 정성껏 빚은 술은 오래 두면 발효가 진행되어 식초로 변해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우리 전통주에는 그렇게 빚은 술 말고도 소줏고리에서 중류해 빚은 증류주가 있었는데 프랑스인이 오래 두고 마실 수 있는 이 증류주를 몰랐을 겁니다. 1766년(영조 42) 유중림이 쓴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보면 증류주(소주)를 빚는 방법을 기록해두었는데 윗물을 열두 차례 갈면 그 술맛이 독하지도 묽지도 않지만 여덟아홉 차례만 갈아주면 술맛이 매우 독하다고 나와 있습니다. 또 소주를 내릴 때는 참나무나 보릿짚, 볏짚 따위를 땔감으로 써야하고, 불의 세기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할 만큼 우리 술은 만드는 방법 역시도 간단하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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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속풀이 2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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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에서의 국악경연, 명품 대회로의 성장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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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인천광역시 부평구가 주최한 국악경연대회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부평 풍물축제가 3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대표 공연예술제에 뽑혀 대표 거리축제로 자리매김을 하였으며, 그 축제의 하나로 국악경연대회가 16회째열리고 있다는 이야기, 경연 분야는 기악, 무용, 민요 등 3개 분야이었지만 예상외로 신청자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일반적으로 신청자가 많으면 경연 때 포기자도 많은 편이나, 부평대회는 빠진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 빠진 사람이 생기는 원인은 교통비나 숙박비가 많이 들 때, 출전인원이 많아 입상권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상금액이 적거나 상의 훈격에 따라, 그리고 드물게는 자신과 다른 류를 전공하는 전문가가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었을 경우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부평대회는 초등학생들의 열연, 고등부의 실력이 월등하였으며 마이크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공간을 경연장으로 선정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대회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서는 진행요원을 더 확보하여 심사결과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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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대회가 있던 다음 날(10월 2일), 강화군에서는 제4회 강화 전국국악경연대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강화군이 주최를 하고, 《향두계놀이보존회(대표; 유지숙)》가 주관한 행사였다. 경연 장소는 마니산 상설공연장이었으나, 당일 아침부터 세차게 내리는 비로 인해 관내 화도초등학교강당에서 진행되었다.
강화군은 단군이야기에도 나오는 유서 깊은 고장이다. 자연풍광이 아름답고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역사적인 곳으로 다리 하나를 두고 동쪽은 김포, 북쪽은 한강 및 예성강 하구를 건너 개풍군 및 황해도 연백군과 마주하고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필자의 고향은 강화에서 강을 건너면 닿는 개풍군이어서 강화군이 마치 제2의 고향처럼 다정다감하게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개풍군 중면이나 인근에서 강화로 피난을 내려와 현재까지도 살고 있는 고향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 더욱 친근감을 갖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강화의 기후는 온난하고 토질이 비옥한 편이어서 쌀을 비롯하여 무, 배추 등의 원예작물이 풍부하고, 왕골이나 인삼 등의 특용 작물 재배지로도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역사적 사건을 통한 유물이나 유적, 그리고 명승지 등 많은 관광자원이 있다는 점도 강화의 자랑이다. 그래서 강화의 여러 지역이 국방유적 복원계획에 따라 국민관광지로 개발되어 새로운 면모를 갖추어 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개발이 되어 나가는 곳이 또한 강화도인 것이다.
이곳에는 마니산, 삼랑성, 전등사, 석모도의 보문사 등 관광자원도 풍성한데, 특히 단군성조가 천신에게 국운을 빌었다는 마니산의 참성단에서는 전국대회의 성화가 채화되며, 보문사를 중심으로 민속행사의 하나인 용왕제도 열리고 있다. 또한 하점면의 5층 석탑, 강화 동종(銅鐘), 정수사 법당, 삼랑성, 강화산성, 고려궁지의 사적이나, 강화 갑곶리나 사기리의 탱자나무, 서도면의 은행나무 등 다수의 문화재급 보물이나 기념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무형문화재의 발굴사업이나 복원사업이 확대되리라 믿고 있는 곳이다.
이번에 네 번째 치른 강화 전국국악경연대회는 기악이나 춤, 판소리나 병창, 풍물굿 등을 동시에 겨루는 종합대회가 아니라, 성악의 한 장르, 그것도 경서도 소리를 중심으로 하는 경연이었다. 유초등부, 중고등부, 일반부, 명창부, 실버부, 단체부 등으로 구분하여 예선과 결선으로 최종 수상자를 결정하는 방법이었다.
민요라는 단일 종목임에도, 전국에서 도전장을 낸 경연 참가자로 인해 초등학교 강당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겨우 4회째의 대회임에도 그토록 참가자가 많았다는 점은 강화가 낳은 한국의 유명한 소리꾼 유지숙이 주관하는 대회이고, 그래서 더욱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 그리고 그런 대회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이 다른 대회보다도 더욱 명예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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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부평대회에는 학생부, 일반부, 명인부를 통털어 빠진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신뢰를 높인 대회였다. 뿐만이 아니라 참가인원 전체의 실력이 매우 출중한 편이어서 우열을 가리기가 매우 힘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학생부 중에는 초등학생들의 열연이 인상적이었는데, 피리나 대금, 해금, 거문고, 가야금, 아쟁 등 등, 힘들고 어려운 악기들을 나름대로 열심히 연마해서 참가한 것이다. 또한 고등부의 실력은 상향 평준화 되어 있어서 누구를 입상권에 포함한다고 해도 이의가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부평구 백운역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부평아트센타는 대극장, 소극장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방음시설도 완벽해서 마이크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전달될 정도였다. 또한 극장 주위도 넓고 어느 곳에 자리를 잡고 연습을 한다 해도 전혀 경연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악경연대회를 치르기에는 안성맞춤의 공간이었다는 점도 인상에 남는다.
개회식에서 홍미영 부평구청장이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고 문화가 인격이고 국격임이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강조하면서 내년도 대회는 보다 더 성숙한 대회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시민들 앞에 펼쳐 박수를 받았다. 경연참가자나 심사위원, 일반 시민의 기대를 크게 만들어 준 것이라 고맙게 생각한다.
이번 대회를 주선하고 준비해 온 국가 준문화재인 서도창의 박준영 명인은 예상외로 많은 국악인들이 참가 신청을 해 오고 있어서 보람을 느끼고 있으며 심사위원들에게 공정한 심사를 여러 차례 요청하기도 했다. 한 가지 요청하고 싶은 점은 예선이나 본선의 결과를 바로 바로 대회장 벽면에 게시하기 위해서는 대회의 진행 요원들을 보다 더 확보해야 된다는 점이다.
외양보다는 내실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경연대회가 흔치않은 시점에서 부평대회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고, 점차 수준 높은 대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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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한 범 / 단국대 명예교수, 한국전통음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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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김영조 ☎ (02) 733-5027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www.koya-culture.com, pine9969@hanmail.net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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