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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 이나가키 히데히로

튼씩이 2025. 1. 12. 12:44

 

 

01.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악마의 식물’, 감자

02. 인류의 식탁을 바꾼 새빨간 열매, 토마토

03. 대항해시대를 연 검은 욕망’, 후추

04. 콜럼버스의 고뇌와 아시아의 열광, 고추

05. 거대한 피라미드를 떠받친 약효, 양파

06. 세계사를 바꾼 두 전쟁의 촉매제,

07. 인류의 재앙 노예무역을 부른 달콤하고 위험한 맛, 사탕수수

08. 산업혁명을 일으킨 식물, 목화

09. 씨앗 한 톨에서 문명을 탄생시킨 인큐베이터, 볏과 식물.

10. 고대 국가의 탄생 기반이 된 작물,

11.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식물,

12.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 옥수수

13. 인류 역사상 최초로 거품경제를 일으킨 욕망의 알뿌리, 튤립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위대한 식물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 사탕수수, 목화, , , , 옥수수, 튤립이 그 주인공들이다. (중략) 평범한 식물들이 인류 역사의 큰 흐름을 만들고 바꿀 수 있었던 까닭은 후추처럼 특정 시대마다 특정 식물에 인간의 들끓는 욕망이 모이고 강하게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 12-

 

 

 

 

 

 

 

 

 

라피도포라

 

라피도포라라는 식물은 자기 잎들에 스스로 무수히 구멍을 내어 그 사이사이로 빛이 스며들게 해서 전체 잎의 광합성을 돕는다. 공동체(라피도포라) 전체를 발전시키기 위해 개인(이파리)이 희생하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한 셈이다.  - 14-

 

식물에 대해서도 우리 인간은 편견에 싸여 있다. 아니, 식물에 관해 아는 게 별로 없으면서(정확히 말하자면 아는 게 별로 없기 때문에) 우습게 알고 무시한다. 식물은 우리에게 무시당해도 좋은 존재가 아니다. 편견의 두꺼운 껍질을 벗겨내고 앎의 빛을 조금만 스며들게 해도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식물이 어떻게 땅속에 뿌리를 뻗어 나가며 양분을 빨아들이는지, 어떻게 잎을 키우며 빛을 사냥하는지, 또 어떻게 꽃으로 곤충을 유혹하여 자기 씨앗을 널리 퍼뜨림으로써 종족을 보존하는지 알면 쉽사리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식물의 영리하면서도 우직하고 치밀하게 대비하는 모습에서 경외감마저 느끼게 될 것이다. - 15 -

 

전쟁이 벌어지면 밀은 말발굽과 병사들의 발에 짓밟히고 불에 타버려 없어지지만 땅속에 열매를 간직하고 있는 감자는 전쟁이 끝난 뒤 안전하게 수확할 수 있다. 감자 재배로 사람들이 배를 곯지 않고 안정적으로 식량을 얻게 되자 유럽 각국에서는 인구가 많이 증가했다. 인구 증가는 노동력 향상으로 이어졌고 그 노동력이 이후 산업혁명과 공업화를 뒷받침해주었다.  - 42-

 

독일에서 감자 열풍이 분 이유는 보존성이 뛰어나고 수확량이 많은 감자를 돼지에게 먹이로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감자는 인간의 식량으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그때 사람들이 먹던 보리와 호밀 등의 잡곡을 소에게 먹이로 줄 수 있었다. 감자 보급 이후 유럽인들은 겨울 동안 신선한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섭취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감자가 들어온 후 다양한 고기 요리가 발달하면서 유럽의 많은 나라는 육식 문화 국가로 거듭났다.  - 43-

 

식물학자들이 과일이라고 주장하면서 재판은 상고를 거쳐 연방최고법원까지 올라갔다. 당시 연방최고법원은 토마토가 디저트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채소라고 판결했다. 그에 따라 토마토는 식물학적으로는 과일이지만 법적으로는 채소인 셈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어째서 토마토가 과일인지 채소인지를 두고 법원의 판결까지 받아야 했을까? 그 시절 미국 정부는 채소에는 관세를 부과했으나 과일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에 따라 세금을 징수하는 공무원은 토마토를 채소라고 주장하며 세금을 내라고 했고 수입업자는 과일이라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토마토가 채소인지 과일인지는 지금도 명확하지 않다. 나라마다 이 두 작물을 제각각 다르레 구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은 토마토뿐 아니라 과일로 먹을 수 있는 딸기와 멜론도 나무에 열리는 열매가 아니라 초본 속 식물이므로 채소로 분류한다. 반면 한국인은 일반 토마토와 방울토마토를 모두 과채류로 규정한다.  - 70~71-

 

우리 몸이 캡사이신의 독성을 중화해서 배출하려고 다양한 기능을 총동원하면 순간적으로 혈액 순환이 빨라지고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갑작스러운 캡사이신의 침투로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한 뇌는 엔도르핀이라는 물질을 배출한다. 엔도르핀은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마약 중 하나인 모르핀 같은 진통 작용을 하며 피로와 통증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캡사이신으로 통각 자극을 받은 뇌가 몸이 고통을 느끼는 것을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로 판단해 완화하려고 엔도르핀을 분비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매운맛 덕분에 도취감과 함께 잊을 수 없는 쾌감을 맛본다. 이렇게 사람들은 고추의 마성에 사로잡히게 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혈관 수축이 일어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 110-

 

지각 변동으로 지형이 복잡해지자 그 영향으로 기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상당히 안정적이었던 지구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변화에 대응해 극적으로 모습을 바꾼 개체가 바로 이다. 변화한 환경에 맞닥뜨린 식물은 크고 우람한 나무에서 키도 작고 모양도 볼품없는 로 다시 한 번 진화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었다.

식물은 왜 이런 진화의 방향을 선택했을까? 한마디로 말해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고 앞날이 보이지 않는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느긋하게 몸집을 불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식물은 거대한 나무의 외피를 버리고 작달막한 풀로 자기 변신을 꾀한 것이다.  - 194~195-

 

씨앗이 여물어도 땅에 떨어지지 않으면 그 식물은 자연계에 자손을 남길 수 없다. 그러므로 탈립성이 없는 특성, 즉 씨앗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 성질은 식물의 치명적 결함이며 번식을 방해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식물이 가진 이런 결함과 악재가 오히려 인류에게는 호재이자 축복으로 작용했다.

여문 뒤에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 씨앗은 인간에게 식량이 되어준다. 그리고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작물의 밑동에서 씨앗을 잘 갈무리해 두었다가 심으면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성질을 지닌 밀을 얻는 길이 열린다. 이는 운이 따라준다면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농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208-

 

전 세계적으로 인류가 가장 많이 재배하는 작물은 옥수수다. 그리고 밀과 벼가 그 뒤를 잇는다. 이 세 가지 작물이 세계 3대 곡물로 꼽힌다. 감자는 금..동에는 못 들지만 당당히 4위를 차지한다. 그리고 그다음 다섯 번째가 대두, 즉 콩이다.  - 247-

 

오늘날 인류는 전 세계적으로 온갖 다양한 식물을 재배한다. 만약 식물의 초대 존재 목적이 씨앗 확산에 있다면 지구 구석구석까지 영영을 확장한 식물이야말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생물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인간에 의해 재배되는 작물들은 하나같이 살뜰히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한다. 인간은 밤낮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씨를 뿌리고 물과 비료를 주며 정성껏 식물을 돌본다.

최종 목적을 달성한 식물이 인간의 기호에 맞게 형태와 성질을 바꾸는 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이에 대해서도 관점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인간이 식물을 제멋대로 개량한 것이 아니라 식물이 인간을 유혹하기 위해 자유자재로 변신해온 것일 수도 있다.(중략)

만약 지구 밖에서 온 생명체가 지구를 관찰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의 눈에 비친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는 누구일까? 어쩌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식물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한발 더 나아가 그 외계인은 인류를 지배자인 식물의 시중을 드는 가엾은 노예로 자신의 별에 보고할 수도 있지 않을까?  - 293~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