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양력 1월 1일 설을 신정(新正), 음력 1월 1일 설을 구정(舊正)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설이 있을까요? 이는 일본이 메이지 시대(明治時代, 1868-1912) 이후 음력을 버리고 양력을 쓰던 것을 우리에게도 강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우리나라 고유의 설날을 이중과세라 하여 중지하고 자기네 양력 명절을 따르게 하였습니다.
우리 겨례 최대 명절인 설은 수천 년 내려오던 것입니다. ≪고려사≫에 이르기를 설날, 대보름, 한식(寒食), 삼짇날, 단오, 한가위, 중양절(음력 9월 9일), 팔관회(음력 10월 15일), 동지를 구대속절(九大俗節)로 지낸다 했고, 조선 시대에도 설날, 한식, 단오, 한가위를 4대 명절로 꼽을 만큼 조상 대대로 이어져온 오래된 전통이었습니다. 중국 역사서인 ≪수서(隋書)≫를 비롯한 여러 문헌에도 신라인들이 설날 아침에 서로 인사하며, 임금이 신하들을 모아 잔치를 베풀고, 이날 일월신을 배례한다고 기록되어 있지요.
우리 겨레의 명절인 설날은 광복 이후에도 줄곧 양력설에 눌려 기를 못 폈습니다. 그래도 국민은 한결같이 설날을 지켜왔으며 드디어 정부가 1989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고쳐 설날인 음력 1월 1일을 전후한 3일을 공휴일로 정함에 따라 이젠 설날이 완전한 민족명절로 다시 자리 잡게 된 것이지요. 늦었지만 이제부터는 한민족을 깎아내리는 데 쓰이던 구정이란 말을 버리고 꼭 설날이란 말을 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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