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1월 5일 - 동지섣달 긴긴 밤, 어린 아들 솜바지를 만들었을 어머니

튼씩이 2018. 1. 11. 07:22


 
길가에 핀 보라색 골무꽃
울 엄니 눈물 속 골무만 할까

 
조희범 님의 두 줄 시 ‘골무와 어머니’입니다. 골무는 예전 바느질할 때 바늘을 눌러 밀어 넣으려고 집게손가락에 끼었던 바느질 도구입니다. 요즘처럼 만들어놓은 옷을 파는 시대가 아니다 보니 여성과 바느질은 뗄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특히 여름철보다 옷을 더 껴입어야 하는 겨울엔 바느질거리도 늘었을 것입니다.


 

동지섣달 긴긴 밤 호롱불가에 앉아 도톰하게 솜을 두른 누비옷도 누벼야 했을 터이고 방마다 이부자리 또한 바느질 순서를 기다렸을 겁니다. 이러한 바느질에서 손가락에 상처가 생기는 것을 막으려고 골무라는 것을 만들어 꼈지요. 골무는 조선 후기의 작품 《규중칠우쟁론기》에서 감투할미로 묘사될 만큼 규중부인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바늘, 자, 가위, 인두들과 함께 바느질의 필수품이었습니다.


 

골무에 놓는 수의 무늬는 사군자와 모란, 나비, 박쥐, 태극무늬 등이며, 골무상자에는 장수를 기원하는 뜻에서 골무 100개를 채웠습니다. 골무는 가죽, 금속, 셀룰로이드로도 만들지만 보통은 헝겊 또는 종이를 여러 겹 포개 붙여서 만듭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쓰시던 골무가 그립습니다. 아니 골무를 끼시던 어머니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