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은 머리털을 빗는 도구뿐 아니라 뒷머리에 꽃아 장식하는 데도 쓰였던 것으로 한자로 즐(櫛)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겨례가 써왔던 빗은 얼레빗, 참빗, 면빗, 상투빗, 음양소, 살쩍밀이 따위로 다양했습니다. 그 중 얼레빗은 어떤 빗이었을까요?
얼레빗은 한자로는 월소(月梳)라고 하는데 빗살이 굵고 성긴 반원형의 빗으로 엉킨 머리를 가지런히 할 때 쓰는 것입니다. 주칠(朱漆, 붉게 칠함)을 하거나 화각(畵角, 목기 세공품의 공예기법)을 한 것, 대모갑(玳瑁甲, 바다거북의 등과 배를 싸고 있는 껍데기)으로 만든 것도 있으나 주로 박달나무, 대나무, 대추나무, 소나무 따위가 쓰였는데 특히 제주도 해송은 병과 귀신을 쫓아준다고 하여 인기가 있었습니다.삼국시대나 고려 시대에는 대모갑, 상아, 뿔, 은 따위로 만들어 머리에 꽃았습니다. 얼레빗의 종류로는 한쪽은 성글고 한쪽은 촘촘하여 여러 쓰임새가 있는 음양소,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하는 살쩍밀이, 머리 가르마를 탈 때 쓰는 가르마 빗, 귀밑머리를 가지런히 하는 면빗, 상투 손질할 때 쓰던 상투빗, 긴 머리에 쓰는 반달빗 따위가 있었지요.
예전에는 얼레빗으로 머리를 한 번 대충 다듬고 나서 다시 참빗으로 곱게 빗어 내릴 만큼 빗질 자체에 공을 들였습니다만 플라스틱 빗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들어오면서부터 얼레빗, 참빗과 같은 용도를 나누지 않고 빗 한개로 머리를 다듬는 사람이 많습니다. 머리를 빗는다는 것은 차분히 거울 속에 자신을 비춰가면서 마음을 빗는 행동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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