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천마총의 천마도. 이 말 역시 흰색이다.
새해를 희고 밝은 마음으로 시작하다
우리 겨레는 예전부터 흰빛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백의민족’ 이라 해서 흰옷을 즐겨 입었으며 주몽 신화에 나오는 백록(白鹿, 흰사슴), 박혁거세 신화에 나오는 백마(白馬, 흰말), 김알지 신화의 백계(白鷄, 흰 닭) 따위는 모두 하늘에서 내려온 신성한 동물이거나 하늘에 기도드릴 때 쓰이는 주술적인 동물로 예부터 흰빛은 상서로움을 나타냈습니다.
조선 후기 역사가 이긍익(李肯翊, 1736~1806)이 지은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15권 <재변과 상서(祥瑞)>에 보면 “경상도 하동현의 바닷물이 검고 팥죽같이 탁하기를 사흘 동안 계속하더니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많이 죽고, 흰 꿩이 나타났다. 예조에서 아뢰기를 ‘옛 글에 임금이 종묘를 공경히 받들면 흰 까마귀가 온다 하였습니다.
이제 흰 꿩이 상서로움을 나타내었으니 신들이 하례하옵기를 청하나이다”라는 기록이 보입니다. 이처럼 희고 곱고 상서로운 색을 사랑한 사람들이 입는 옷이 검은빛일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 겨레의 흰옷은 일제강점기 순사들에게서 자주 먹물세례를 받았다고 합니다. 일본의 민예운동가 야나기무네요시(柳宗悦, 1889~1961)는 한민족이 사랑한 흰색을 ‘상복을 나타내는 슬픔의 색’이라고 했으나 이는 흰색이 ‘밝음’을 나타낸다는 것을 모르는 소치입니다.
그뿐 아니라 흰색은 태양의 자손인 천손(天孫)을 나타내기도 하지요. 어둠이 검은빛이라면 흰빛은 분명히 밝음이요, 상서로운 색일 것입니다.
예부터 흰옷을 즐겨 입던 우리 겨레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밝은 빛을 사랑한 겨레였지요. 새해의 시작은 희고 밝은 마음으로 시작하면 좋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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