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1월 7일 - 청렴결백하고 겸손한 자세는 새해에 꼭 배워야 할 덕목입니다

튼씩이 2018. 1. 13. 13:39

반석평, 종 신분으로 당상관이 되다



벼슬이 형조판서, 의정부 좌참찬까지 오른 재상 반석평(潘碩枰, ?~1540)이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수레(초헌)를 타고 가다가 초라한 옷차림새로 걸어가는 한 사람을 보고는 수레에서 내려 그에게 절을 했습니다. 절을 받은 사람은 반석평이 옛날 종이던 때 모시던 주인의 아들이었지요.

그는 임금에게 자기가 예전에 종이었음을 실토하며 자기의 벼슬을 깎아 어렵게 사는 옛 주인의 아들에게 벼슬을 내려달라는 상소를 했습니다. 조정에서는 그 뜻을 의롭게 여겨 주인집 후손에게 벼슬을 내려준 것은 물론 반석평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게 했습니다.


조선 시대엔 신분제도가 엄격하여 종은 절대로 양반이 될 수 없었음은 물론 세습까지 되었고, 첩의 자식 서얼(庶孼)도 벼슬길에 오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반석평은 종의 신분으로 어찌 재상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요? 조선 후기에 오면 신분질서가 문란해져 돈으로 양반을 사는 일도 있었지만 반석평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니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원래 반석평은 재상 집 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재상이 그의 성품과 재주를 아껴 경서와 역사를 가르치고, 종 문서를 없앤 뒤 아들 없는 어느 부잣집에 양자로 들어가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재상은 과거를 숨기는 것은 물론 다시는 오가지 말며 학문에 힘쓰라고 했습니다. 반석평은 있는 힘을 다해 열심히 공부한 끝에 과거에 급제하여 재상까지 올랐지요.

언제나 겸손하고 청렴결백하던 반석평은 종의 신분이 드러났어도 오래도록 많은 이들에게서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