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1월 8일 - 지게는 보기엔 단순해도 꽤 창의적인 발명품입니다

튼씩이 2018. 1. 13. 13:41



자동차가 발명되어 우리의 짐을 쉽게 날라주기 전까지 크고 작은 짐의 상당수를 지게가 담당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게에는 나뭇꾼이 지는 지게, 똥장군 지게, 옹기장이 지게, 거름 지게, 북청 물장수 지게 등등 지고 다니는 것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불렀지요.

1932년 3월 1일자 《삼천리》 3호에 보면 “여러분은 서울 장안에 해뜨기 밧부게 이 골목 저 골목으로 삐걱삐걱 소리치며 물지게 지고 도라다니는 함경도 물장수를 보섯슬 것이외다. 서울에 그 수효가 약 700명을 헤이며 또 아츰부터 밤까지 헤, 헤 소리를 지르며 이 골목 저 골목 분주히 도라다니는 인력거 차부를 보섯슬 것이외다”라는 글이 보입니다.

세계적인 수도로 성장한 서울도 그때 당시에는 별수 없이 물장수의 물을 먹으며 지내야 했던 것이지요.


지게는 우리 겨레가 발명한 가장 우수한 도구의 하나라고 합니다.

가지가 조금 위로 뻗어난 자연목 두 개를 위는 좁고 아래는 벌어지도록 세우고 사이사이에 서너 개의 세장(가로질러 박은 나무)을 끼우고 위아래로 멜빵을 걸어 어깨에 멥니다.

그리고 등이 닿는 부분에는 짚으로 두툼하게 짠 등태를 달아놓았으며 지게를 세울 때에는 끝이 가위다리처럼 벌어진 작대기를 세장에 걸어둡니다. 한국전쟁 때 미군은 이 지게를 ‘A FRAME(A자 모양의 틀)’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 지게를 지금은 시골에서도 보기 어렵지만 독일 기자 지그프리드 겐테는 용케도 예전에 한국 땅에 와서 신통방통한 지게를 보게 됩니다.

그가 1901년에 펴낸 ≪한국견문록≫에는 “사람이 어깨 근육을 이용해서 힘을 덜 들이고 수월하게 운반할 수 있게 만든 것으로 조선인의 탁월한 발명품이라 하고 싶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또 프랑스 민속학자 샤를르 바라도는 “지게는 양 어깨와 등의 힘을 조화시킨 창의적이고 과학적인 운반기구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뛰어난 발명품 지게는 이제 전통사진첩 속에서 수명을 다한 채 조용히 잠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