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이 단정하고 정결함을 귀히 여긴다 함은 얼굴을 화장하여 남편을 기쁘게 함을 이름이 아니다. 화장하고 예쁘게 옷을 입은 사람은 요사스러운 여자요. 머리를 어지럽게 하고 얼굴에 때가 있는 사람은 게으른 여자다.”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 책 ≪사소절(士小節)≫에 나오는 글로 조선 시대 정숙한 여인들은 화장한 얼굴이 아닌 민얼굴이어야 했고, 화장하는 것은 기생이나 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바람 불고 이슬 내리면 정신이 돋보이지 風前露下見精神
살짝 희고 살짝 붉고 송이송이 쪽 고르고 淺白輕紅朶朶均
어쩌면 화청궁의 큰 잔치가 끝나도록 恰似華淸高宴罷
분단장을 하지 않은 괵부인과 비슷하이 娥眉淡掃虢夫人
《상촌선생집(象村先生集)》 19권
여기서 괵부인이란 양귀비(楊貴妃)의 언니 괵국부인(虢國夫人)으로, 그는 얼굴 피부가 아주 고와 언제나 분단장을 하지 않고 맨 낯으로 현종(玄宗)을 대했는데 두보(杜甫) 시에, “연지곤지가 오히려 얼굴을 더럽힐까봐, 아미를 싹 씻고서 지존을 대했다네”란 구절이 보입니다.
조선왕조실록 중 《연산군일기》 11년(1505) 1월 11일을 보면 연산군이 그날 뽑힌 장악원 소속 예기에 대해 지시를 내리는 내용이 있습니다. “오늘 뽑힌 예기들은 다 기개가 없어서 취할 만하지 못하다. 자색은 분칠로 바뀐 것이니, 어찌 분칠한 것을 참자색이라 할 수 있으랴.
옛사람의 시에, ‘분,연지로 낯빛을 더럽힐까봐 화장을 지우고서 임금을 뵈네’라고 했으니, 앞으로는 간택 때에 분칠하지 말게 하여 그 진위를 가리라”
예쁘게 보이고자 분단장이 극에 다른 오늘날의 정서와는 사뭇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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