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2월 24일 - 신학기를 앞두고 배우는 옛 선비의 자세 하나, 공부방 엿보기

튼씩이 2018. 2. 24. 17:59

안방이 여성들의 공간이라면 사랑방은 남성들의 공간입니다. 이곳은 잠을 자는 외에도 책 읽고 그림 그리며, 거문고를 뜯고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이지요. 부유한 양반 집안은 사랑채가 따로 있고 사랑채에는 사랑방과 사랑대청 그리고 다락처럼 높게 만든 누마루도 갖추었습니다. 그러나 보통의 민가에서는 주로 대문 가까이 있는 바깥쪽 방을 남자들이 새끼 꼬고 짚신 삼던 사랑방으로 사용했습니다.



사랑방은 매우 간소하게 꾸며져 보통 방석 몇 개와 작은 서안(책상) 그리고 다과, 책, 꽃병 등을 올려놓는 네모반듯한 사방탁자, 편지 등을 꽂아 두는 고비와 문방사우 등이 있었으며 공부방으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박동량(朴東亮)의 《기재잡기(寄齋雜記)》에서 “우리 증조부가 홍문관사로서 사가(四佳) 서거정(徐居正) 밑에서 거의 20년이나 일했는데, 하루는 종이에 글을 써서 종을 시켜 서거정에게 올렸더니, 서거정이 다 읽고 나서 ‘어디에서 난 것이냐’고 묻자, ‘서리 전(全) 아무개가 주었습니다’ 했다. 공이 즉시 불러 묻기를, ‘이것은 누가 지은 것이냐’ 하니, 꿇어앉으면서 ‘소인의 아들이 나이가 열여덟이온데 글을 좀 배웠습니다마는 그 문장이 과거에 합격하게 될는지 몰라서 한번 시험해보려고 한 것입니다’ 했다. 공이 극구 칭찬하면서 ‘네게 이와 같은 아들이 있었으면 왜 진작 우리 집 애들과 한 곳에서 같이 공부시키지 않았느냐. 빨리 불러 오너라. 내가 직접 가르치겠노라’ 했다.


그의 자제들과 사랑방에 함께 거처하게 하면서 매우 부지런히 공부를 시켜 날로 성취되었고, 오랫동안 공의 곁에 있으면서 글씨 쓰는 일을 전적으로 맡아 보았다”라는 기록을 볼 때 예전 사랑방은 좋은 인재를 키우던 공간 노릇도 톡톡히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