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에 젊은 문신들에게 휴가를 주어 학문에 전념하게 한 사가독서제(賜暇讀書制)가 있었습니다. 그 시작은 세종대왕이었는데 세종 6년(1424년) 집현전 학사 가운데 젊고 재주가 있는 사람을 골라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학문연구에 전념하게 한 데서 비롯되었지요. 바로 재충전 기회를 준 것입니다.
처음에는 특별한 장소를 만들지 않고 문을 닫은 절집이나 자신의 집에서 책을 읽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곳에서는 공부에 몰두할 수 없다고 확인되자 공부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독서당을 짓게 됩니다. 《성종실록》 277권, 24년(1493) 5월 11일 기록을 보면 “용산강(龍山江)의 독서당(讀書堂)이 낙성되었으므로 그 편액(扁額)과 기(記)를 내일 안에 걸어야 하겠으니, 홍문관(弘文館)의 관원이 죄다 그곳에 모이게 하라. 내가 주악(酒樂)을 내리겠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에 사헌부 지평(司憲府持平) 홍한(洪瀚)은 “독서당에 술을 내려 뜻대로 놀고 즐기게 하면 풍속(風俗)에도 관계가 있다” 하여 끝내 성종의 후의를 되돌려 보낼 정도로 공부하는 엄격한 공부 분위기를 만들어갑니다.
웬만하면 맞장구쳐서 낙성식을 빌미로 질탕하게 놀았으련만 조선의 선비들은 이런 자세로 독서당에서 학문을 닦았던 것이지요. 몸을 가다듬고, 뜻을 옳게 세우며, 마음을 바로잡는 일을 실천하는 선비들이 모여 공부하던 남호독서당은 성종 때 일어난 갑자사화 이후 없어졌습니다. 중종 때 두모포(豆毛浦, 옥수동)에 동호독서당이 다시 지어졌을 때는 임금의 지원이 튼튼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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