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커피는 전통차를 밀어내고 가장 인기 있는 음료가 되었습니다. 이 커피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언제고, 누가 처음 마셨을까요? 우리나라에 커피가 처음 들어온 것은 대략 1890년 전후로 알려졌으며, 이는 예멘의 양치기가 커피를 발견한 지 1,000여 년 뒤고, 네덜란드 사람이 일본에 커피를 전한 지 180년 뒤의 일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전하는 이야기로는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으로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해 있을 때 러시아 공사 웨베르가 고종과 담소하면서 커피를 권했다고 합니다. 이후 고종은 환궁 이후에도 커피 맛을 잊지 못해서 정관헌이라는 서양식 집을 짓고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곤 했습니다.
그런데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 피해 있을 동안 세도를 부렸던 김홍륙이 하루아침에 날개가 부러지자 앙심을 품고 고종과 뒷날 순종이 되는 세자를 독살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덕수궁 주방에서 요리사, 곧 숙수로 있는 사람을 매수하여 커피에 독을 타도록 했습니다. 다행히 고종은 독이 들어 맛이 이상한 커피를 뱉어 무사했지만 순종은 한 모금 마신 탓에 이후 허약체질이 되었고 자식을 낳지 못했다고 하지요.
처음 커피가 조선에 들어왔을 당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던 층은 임금뿐 아니라, 최고의 직위에 있던 양반 관료들도 있었습니다. 1902년 고종의 시중을 들던 독일 여인 손탁은 옛 이화여고 본관이 들어서 있던 중구 정동 손탁호텔 안에 최초로 커피 다방을 두었다지요. 당시 커피 다방에 가장 많이 다녔던 사람은 이완용을 중심으로 나라를 팔아먹는 데 앞장섰던 을사오적이었습니다. 요즈음 국산차보다 즐기는 서양차, 커피에는 이러한 대한제국 말기의 어수선한 정경들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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