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 그는 3.1만세운동 선언자 33명 가운데서 변절하지 않은 지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해에 관한 일화는 참으로 많은데 그를 회유하려고 조선총독부가 성북동 일대 나라숲 20만 평을 넘겨주겠다는 것을 한마디로 거절하고, 총독부의 지시를 받은 청년이 돈 보따리를 들고 오자 뺨을 때려 쫓아 보냈다고 하지요.
또 최린과 3.1운동을 주도했던 그는 감옥에서 일부 민족대표들이 사형당할 것을 두려워하자 “목숨이 그토록 아까우냐?”라며 똥통을 뒤엎기도 했고, 그토록 가까웠던 최린, 최남선, 이광수가 변절하자 얼굴조차 보지 않았습니다. 벽초 홍명희는 “만해 한 사람 아는 것이 다른 사람 만 명을 아는 것보다 낫다”고 했으며, 만공선사는 “이 나라에 사람이 하나 반밖에 없는데 그 하나가 만해”라고 했지요.
그 만해가 1933년부터 1944년까지 살았던 집 심우장(尋牛莊)이 서울시 성북동에 있습니다. 심우장은 서울기념물 제7호로 지정되었는데 심우장이란 이름은 선종(禪宗)의 ‘깨달음’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열 가지 수행 단계 가운데 하나인 심우(尋牛)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보통 집들은 남향으로로 짓는데 이 심우장은 북향으로 지었습니다. 남향으로 터를 잡으면 조선총독부와 마주 보게 되므로 이를 마다하고 반대편 산비탈의 북향 터를 선택했기 때문이지요. 그런 만해가 해방을 한 해 앞두고 세상을 뜬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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