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호자
1979년 3월 부여 군수리에서 이상한 모양의 그릇이 출토되었습니다. 마치 동물이 앉아 있는 모습으로 얼굴 부위에는 둥그렇게 구멍이 뚫려있지요. 현재 국립부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이것은 높이가 25.7cm, 주둥이의 지름은 6.6cm입니다.
도대체 이 그릇은 무엇에 쓰던 물건이었을까요? 이 그릇은 ‘호자(虎子)라고 부른 남성용 소변기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중국에서 이와 같은 것들이 발굴되었는데 문헌에 소변통이라고 확인되기 때문입니다. 중국 역사서를 보면 옛날에 기린왕이라는 산신이 호랑이의 입을 벌리게 하고, 거기에 오줌을 누었다고 전하며, 새끼호랑이 모양을 하고 있다고 호자라고 불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호자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밤에 선의를 입고 앉았노라니 夜擁禪衣坐
흡사 선정에 들어간 중 같구나 端如入定僧
고양이는 따스운 자리를 같이하고 狸奴同煖席
요강은 쇠잔한 등불을 함께하네 虎子共殘燈
위는 고려 말 뛰어난 문장가 목은 이색(李穡, 1328~1396)의 《목은시고 8》 ‘즉사(卽事)’에 나오는 시입니다. 여기서도 호자라는 말이 보이며 요강으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호자’를 가리켜 이동용 소변기가 아니고, 물이나 술 또는 차를 끓일 때 썼던 그릇으로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니 옛 물건의 용도를 확인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예전에 쓰던 물건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하나같이 예술성이 높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려울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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