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 신윤복의 월하정인 -
조선시대 여성들은 어렵게 외출을 하더라도 그림에서처럼 쓰개치마로 얼굴을 가려야만 했다.
봄바람이 살랑입니다. 겨우내 집 안에서만 있던 사람들은 밖으로 나돌고 싶어지는 계절입니다. 특히 여성들의 설렘은 컸을 겁니다. “계집은 돌리면 버리고, 그릇은 빌리면 깨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는 조선의 남성들이 만든 말로 혹시나 자기 집 아낙네들이 잘못될까봐 걱정한 탓에 생긴 말입니다. 그런 걱정 탓에 한옥의 구조는 먼저 대문을 들어서면 남성 공간인 사랑채가 있고, 사랑채를 지나면 ‘내외벽’이 가로막은 채, 소문(小門)이라는 출입문을 들어서야 그 안에 여성들의 공간인 안채가 있었지요.
양갓집 처녀를 규수(閨秀)라고 했는데 색시 규(閨) 자에는 흙 토(土)가 포개져 있지요. 이는 담장이 쌓여 있는 깊은 곳에서 사는 처녀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 안채는 식구들이라도 남성은 드나들기 어려웠고, 만약 안채에 자주 드나드는 사내가 있으면 “암띤 사내”라는 놀림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또 “사내가 부엌에 드나들면 불알 떨어진다”고도 했지요.
이렇게 갇힌 공간에서 살았던 여성들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바깥출입을 못했으며, 굳이 나갈 일이 있으면 쓰개치마 등으로 얼굴을 가려야 했습니다. 얼굴을 가린 채 엉덩이만 봐야 하는 답답함이 오죽 컸으면 “엉덩이를 보면 어느 집 계집인 줄 알아도 얼굴을 보면 알 수가 없다”라는 말이 생겨났을까요?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치마길이도 짧아질 대로 짧아진 데다가 웃옷도 배꼽이 드러나는 옷을 입는 시대이고 보면 조선 시대 이야기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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