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하면 ‘물허벅’이나 ‘물구덕’을 떠올립니다. 제주해녀가 등에 지고 있는 그림으로 더 잘 알려졌지요. 이렇게 허벅은 예부터 물이나 죽 또는 씨앗을 담아 쓰던 요긴한 생활용구였습니다. 그러나 씨앗을 담는 경우에는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 생겨난 것이 부개기입니다. 부개기는 씨앗을 갈무리해주는 씨앗 주머니인 셈이지요. 짚으로 망태기 엮듯 만든 것인데 제주도의 작은 물동이인 ‘대배기’와 비슷합니다. 특이한 모습이 귀엽기까지 한데 ‘씻부개’, ‘씻부개기’라고도 부릅니다.
씨앗을 부개기에 담아 갈무리하면 공기가 선선하게 잘 통하여 한겨울 동안 갈무리해두어도 그 속에서 움이 트거나 썩는 일이 없습니다. 부개기는 짚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잘 활용한 살림살이의 하나로 공기 순환이 좋고 습기도 스며들지 않아 씨앗은 물론 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농산물을 보관하는 데 더 없는 물건입니다.
제주 어른들은 통통하면서도 귀엽게 생긴 아이들을 만나면 “어! 그놈 부개기처럼 복시락허다”라고 했다는데 이는 부개기의 통통하면서도 귀엽고 앙증스러운 맛을 말함입니다. 옛말에 “굶어 죽어도 씨앗은 먹지 않는다.”거나 “씨 뿌리는 곁에서는 군소리를 하면 안 되고 그 앞을 가로 지나가서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로 미루어 보면 옛사람들은 씨앗을 아주 소중히 여겼고 더불어 부개기도 아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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