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春分)은 24절기 가운데 넷째로 해의 중심이 춘분점 위에 왔을 때인데 흔히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하지요. 한국에서는 대개 입춘부터 봄이라고 하지만 유럽은 춘분부터 봄으로 칩니다. 양력으로는 3월22일 전후지만 음력으로는 2월이라 꽃샘추위가 남아 있는 때로 “2월 바람에 김치독 깨진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에서 보듯이 이때 한차례 남은 추위는 동짓달처럼 매섭고 찹니다.
춘분을 즈음하여 농가에서는 농사준비에 바쁜데 농사의 시작인 애벌갈이(논밭을 첫 번째 가는 일)를 엄숙하게 행하여야만 한 해 동안 걱정 없이 풍족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어왔으며 불교에서는 춘분 전후 7일간을 ‘봄의 피안’ 또는 ‘피안(彼岸)의 시기’라 하여 극락왕생의 때로 봅니다.
《중종실록》 1514년 2월 26일을 보면 어미를 구타한 이수지라는 사람을 참형하게 되는데 참형시기를 춘분에 맞추었지요. 참형에는 부대시참형(不待時斬刑)이라 해서 판결 확정 후에 바로 집행하는 참형이 있고 사형집행을 기다려서 하는 대시참형(待時斬刑)이 있는데 대시참형의 경우는 대개 춘분이 되기 전에 집행합니다. 이는 ‘춘분’을 1년의 새로운 출발로 보아 사형처럼 좋지 않은 일은 춘분 전에 끝내려 한 뜻이 아닌가 합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길목에서 농사를 준비하고 어둡고 좋지 않은 일을 춘분 전에 털어 버리려 한 것을 보면 예전에 춘분은 상당한 의미가 있었던 절기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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