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리
요즈음은 대학생들도 자가용으로 통학하는 일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옛날 선비들은 어땠을까요?
“옛날 선비는 미투리(麻鞋)를 신고 책을 끼고 걸어다니면서도 뜻을 겸손히 하고 학문에 힘썼사오나, 지금은 그러지 아니하여 생원(生員), 생도(生徒)들이 책을 끼고서 걸어다니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겨, 모두 말을 타고 종을 시켜 책을 끼고 다니게 하며 아침에 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니, 이 때문에 심지(心地)가 교오(驕傲)하고 학문하는 마음이 전일(專一)하지 못 하와 국학(國學)이 허술해지니, 청컨대 말을 타고 다니는 것을 금하여 그들이 심지를 억제하여 학업(學業)에 전심하게 하소서.”
위는 <세종실록>41권, 10년(1428) 9월 1일 기록에 나오는 글로 대사헌 조계생의 상소입니다. 그러나 세종은 답하기를 ‘나도 학생들이 종을 거느리고 말 타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법으로 말 타기를 금하기는 곤란하다’라고 합니다.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법을 만들 수는 없다는 의지로 보이며 다만 사제지간에 길에서 만났을 때 제자가 말에서 내리지 않는다면 이는 문제가 있으므로 예조(禮曺)에서 다스리도록 명합니다.
세종 전까지만 해도 선비가 미투리를 신는 것은 예사였는데 이후에는 양반들은 태사혜(신코와 뒤축부분에 흰 줄무늬를 넣은 신), 당혜(당초무늬가 있는 부녀자들의 신) 같은 고급 가죽신도 신었습니다. 미투리는 생삼으로 삼은 신인데 짚신보다 조밀하게 삼았고, 결이 매우 고와 양반과 상인들이 즐겨 신은 신입니다. 짚신은 마한 시대의 문헌에 나타날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신입니다. 짚신은 짚 외에 삼, 칡, 닥껍질로 만들기도 하는데 비 오는 날에는 신기가 불편하고, 쉽게 헤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소박한 미투리를 신고 겨드랑이에 책 보따리를 끼고 유유히 걷는 선비 그리고 태사혜를 신고 말 타고 종을 부리는 선비, 누가 더 학자다운지는 쉽게 판가름이 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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